카테고리 없음

말레이시아 이주기(빅** 도넛 직원들 2008.04.02)

진두-볼레리 2022. 12. 28. 06:47

빅** 도넛 코타바루 매장 직원들

 

이제 이곳 직원들의 이름을 알게 되면서 각각의 특징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보워와 와유리에 대해서는 조금 이야기했고, 그 외에도 인도네시안(Indonesian)과 말레이시안(Malaysian) 등 많은 직원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함께 생활하는 인도네시아(Indonesia) 친구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착한데 그냥 착하기만 한 친구가 있나 하면 꽤 대가 센 친구도 있습니다.

 

‘위디’라는 친구가 꽤 대가 센 측에 속합니다. 위디는 이곳 인도네시아(Indonesia)  직원 중 나이가 많은 25세입니다. 외모로 봐서는 30살은 넘어 보이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젊은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영어를 조금 할 줄 압니다. 중학교까지 학교를 다녔다고 하니 아주 간단한 영어단어와 문장을 만들 줄 아는 친구입니다. 나이도 있고 대도 세고 배운 것도 있으니 당연히 인도네시아 친구들의 맏형 역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납작하게 민 후 둥그렇게 떠내는 작업을 하는데, 인도네시안 직원 중 두 명이 휴식을 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말레이시안 중 한 명이 인상을 쓰면서 뭐라 하였습니다. 아마도 할 일이 남았는데 왜 쉬느냐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자 위디라는 친구가 그 말레이시안을 쏘아보며 뭐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레이시안 친구는 불만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아무 말하지 못하고 입을 내민 채 자기 일만 계속했습니다.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대충 돌아가는 건 다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위디는 형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위디가 일을 썩 잘하는 건 아닙니다. 자기가 할 일을 미루거나 꾀를 부리지는 않지만 일 자체에 대한 애정은 없습니다. 그저 주어진 일이니 처리해야 한다는, 그런 의무감만 있을 뿐이지 일을 즐기거나 보다 나은 품질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습니다. 때때로 새로운 일을 시키면 그에 대한 반감을 보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리더십은 있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 없어 그리 크게 될 친구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착하기만 한 친구의 이름은 ‘위다’입니다. 이 친구는 일을 하면서도 거의 말이 없습니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할 뿐입니다. 일이 끝나고 숙소에 와서도 빨래하고 밥 먹고 잠자는 게 전부입니다. 다른 친구들 하고 대화도 없고 책도 안 보고 기타도 치지 않습니다. 내가 이 친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그저 일하고 걷고 누워있는 모습뿐입니다. 그러니 마찬가지로 일에 대한 애정이나 발전적인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시키는 일은 잘 하지만 그 외에 것에는 관심과 능력도 없는 그런 친구입니다.

 

‘떠고’라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 친구는 키가 무척 큽니다. 180에는 못 미치지지만 꽤 커 보입니다. 이 친구 역시 큰 특징은 없습니다. 착하고 일 잘하는 그런 친구입니다. 하지만 ‘위다’처럼 착하기만 한 친구는 아닙니다. 동료들과 얘기도 하고 웃고 떠들면서 농담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습니다. 그저 선한 웃음이 보기 좋은 참 착한 청년입니다.

 

‘윈’이라는 친구는 기타를 잘 칩니다. 매우 잘 치는 건 아니지만 말레이시아 가요나 팝송을 기타를 치면서 흥얼거립니다. 그는 시간이 나면 기타를 부여잡고 작은 책을 펴놓고는 기타를 뜯곤 합니다. 나는 그 소리가 싫지 않습니다. 연주를 하다가 이어지지 못하고 끊어지면 가슴이 좀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삭막한 기숙사에서 음악이 흐른다는 것은 너무나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그의 연주를 들으면서 악기 하나 배우지 못한 것을 또 후회하였습니다. 기타든 하모니카이든 어떤 것이든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기쁨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서 하모니카를 배우려고 시도를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혼자서 책 펴놓고 악기를 배운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기본도 못 배우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12시가 다되었거나 넘은 시간이지만 그는 잠깐 동안이라도 기타를 잡고 연주를 해줍니다. 오늘도 윈의 기타 연주가 고마웠습니다.

 

보워와 뜨리, 그리고 떠구 셋이어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라면을 끓였습니다. 나는 보워에게 내 것도 같이 하라고 말했습니다. 저녁을 안 먹은 건 아닌데 출출했습니다. 이들이 먹는 건 항상 같았습니다. 라면을 끓이거나 볶고 이를 밥에 얹어 먹는 것입니다. 이때 항상 매우 매운 고추를 곁들여 요리를 합니다. 넓은 프라이팬처럼 생긴 그릇에 물을 조금 넣고 이 매운 고추를 넣은 다음 끓이는 게 아니라 자글자글 볶습니다. 그러면 그 매운 연기가 얼마나 독한지 기침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최루탄 가루처럼 목구멍에 착 달라붙어 기침을 해도 도무지 매운 기가 가시질 않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자리를 피하거나 그저 기침만 해대며 참아야만 합니다. 다행히 그 매운 기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볶아진 고추에 면을 넣으면 매운기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볶은 라면을 접시에 뜬 밥 위에 얹어 먹는 게 이들의 식사입니다. 다른 반찬은 없고 설탕을 듬뿍 넣은 커피 한잔이 전부입니다. 한두 끼도 아니고 매일 같이 이렇게 먹습니다.

 

다양한 모습의 직원들

 

그들과 함께 늦은 저녁(야식이죠)을 먹으면서 보니 모두 수저와 포크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곳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거의 오른손으로 밥을 먹는 걸 보았기 때문에 왜 손으로 먹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뜻밖에도 자기들은 손으로 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항상 수저와 포크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모든 인도네시안들의 습관인지, 아니면 이들이 사는 지역만의 습관인지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약간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또 나는 물었습니다. 이들이 당연히 무슬림일 것이라는 전제로 무슬림이냐고 물었더니 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보워와 와유리만 무슬림이고 다른 직원들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상해서 그럼 지역이 달라서 그런 거냐고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같은 지역에서 온 친구(같이 자라지는 않았지만)들이었습니다.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잠시 후 보워는 옷을 깨끗이 갈아입더니 창가에 작은 담요를 깔고는 절을 하면서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를 오래 하지는 않았습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잠시 기도하다고 일어서서 절하고 다시 잠시 꿇어앉았다가 일어서서 절하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으로 기도를 마쳤습니다. 지금은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로 간 또하루디가 했던 간절하면서도 경건한 기도는 아니었습니다. 또하루디 역시 작은 담요를 깔고 깔끔한 옷을 입고 기도를 하였지만, 그는 어두운 자기 침대 옆에서 그저 무릎을 꿇고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그의 모습은 내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할 수 있다는 게, 그 대상이 있다는 게 나는 참 부럽고, 그의 모습이 경외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보워는 그처럼 경건하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모습 역시 순수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나는 그런 보워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코타바루-빅애플직원
코타바루-빅**직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