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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기도를 허락해주세요 2008.05.12)

진두-볼레리 2022. 12. 29. 12:15

 

이슬람도들은 하루 네 번 기도합니다. 기도도 아무 곳에서나 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장소에서 합니다. 그래서 이곳 말레이시아에는 곳곳에 기도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빅** 도넛 매장이 있는 '이스트코스트'몰 안에도 있습니다. 도로의 휴게소에도 어김없이 기도 장소가 있고 주유소에도 있습니다. 기도 장소는 여성과 남성이 엄격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말레이시아에는 무슬림들이  언제 어디서든 기도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빅** 직원들 중에도 많은 수가 무슬림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기도하지 못합니다. 하루 네 번씩 기도하러 다니면 일에 큰 지장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 채용할 때부터 근무시간 내에는 기도하러 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채용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업무 중에는 기도하지 못하고 일이 끝난 후 숙소에서 모두 잠든 뒤 옷을 갈아입고 바닥에 담요를 깐 후 기도를 드립니다. 

 

어제는 직원 한 명이 내게 다가왔습니다. 그는 평소 매우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었습니다. 지시에 잘 따르고 자기 일이 아니어도 손이 달리는 곳이 있으면 달려가서 도와주는 직원이었습니다.  그가 내게 한-인도네시아어(말레이시아어) 사전을 달라고 하더니 한참을 뒤적거려 '기도'라는 낱말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는 그걸 내게 보여주면서 두 손을 모으고는 '기도 하러 가면 안 될까요?"라고 제스처로 묻습니다. 그리고는 "덴 미니츠"라고 합니다. 십 분만 기도하고 오겠다는 것입니다.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말이 내게 더 이상 망설일 필요 없게 만들었습니다. '하리하리'. 이는 영어로는 'Everyday'이고 우리말로는 '매일'이었습니다. 나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무척이나 낙담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잠시 앉아 있더니 금방 또 웃음 띤 얼굴로 알았다고 하고는 일하러 갔습니다.

 

나는 그가 단 하루, 그 시간 한 번 만이라면 기도하러 가라고 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일 기도하러 가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가 기도하러 가면 다른 무슬림 직원들도 허락해주어야 할 것이었습니다. 기도 시간은 10분이지만 오고 가는  시간까지 하면 20분은 족히 될 것이고 이를 하루 4번씩 한다는 것은 기도를 한다면 업무에 지장이 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매장은 나의 것이 아니었기에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의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종교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삶의 전부인 경우도 많습니다. 즉 삶의 목적인 것이지요.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서 그것을 포기해야 하는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는 미안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매장을 운영해야 하는 매니저로서는 옳은 결정이었다 해도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미안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트랭가누-이슬람사원
트랭가누를 지나며 보았던 이슬람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