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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로 떠나던 날

진두-볼레리 2022. 11. 22. 19:12

벌써 오래된 이야기가 되었다.

2007년 11월 21일로 기억된다. 15년 전 그날 첫눈이 왔었다. 다른 해에 비하면 이른 첫눈이었다.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이른 새벽 눈을 떴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두 아이를 흔들어 깨웠다. 아내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아내는 차 시동을 걸었고, 나는 커다란 트렁크 두 개를 실었다. 아이들을 뒤에 태우고 나는 앞자리에 앉았다. 밤새 찬 기운속에 시달린 자동차의 냉기가 내 몸안으로 들어왔다.

설악면에서 청평 터미널로 가는 동안 아내도, 나도 말이 없었다. 첫눈이 내린 도로를 조심스레 달려 터미널에 도착했다. 일찍 도착하였기에 우리는 차 안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리고 버스가 왔다. 가방을 싣고 우리는 버스에 올라탔다. 아내는 울먹이며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2007년 첫눈이 온 날,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내 나이 45세였고, 13살의 딸과 8살의 아들과 함께였다. 아내는 2달 뒤에 말레이시아로 날아왔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났다. 나는 부자가 되지 못했다. 부자가 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떠난 건 아니었다. 삶은 한 번이고,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일하고, 결국 그 안에서 삶을 마감해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다른 나라의 다른 인종, 문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무엇을 하고자, 무엇이 되고자 함은 아니었기에 말레이시아 이주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댓가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많은 것을 얻었지만 또 많은 것을 잃었다.

나는 과거에 써 온 내용들을 이곳에 다시 정리하고자 한다. 그것은 오래된 이야기들이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기억이다. 하지만 그것을 다시 읽고 정리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아픈 일들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일을 하려고 한다. 이제는 나의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그것을 통해 남은 시간을 설계해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