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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코타바루에서 빅** 도넛 수업 2008.03.18)

진두-볼레리 2022. 12. 27. 18:18

코타바루 빅** 도넛 매장에서

 

나는 딸을 와디 소피아 국제학교에 보내고 코타바루에 있는 빅** 도넛 직원 기숙사로 갔습니다. 당분간 여기 머물면서 직원들과 함께 빅** 도넛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일이란 도넛 매장 매니저로서 할 일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4월에 문을 열 쿠안탄 빅** 도넛 매장에서 매니저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코타바루 인터넷 사정이 매우 안 좋습니다. 겨우 겨우 접속하고 있습니다.

 

직원 기숙사에서 이틀 밤을 보냈습니다. 첫날은 거의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무더운 날씨, 엄청난 소음을 내며 내며 달리는 오토바이와 차량들, 달려드는 모기떼... 모기를 피하려고 담요를 덮으면 더위로 참을 수가 없고, 담요를 걷어차면 모기떼가 달려들고, 손을 저으면 모기가 손에 잡히는 그런 밤이었습니다. 어제는 당장 선풍기를 하나 마련했습니다. 어젯밤은 피곤 때문에, 그리고 선풍기 덕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선풍기는 더위도 식혀주지만 모기를 쫓아내기에 꼭 필요합니다. 

 

숙소에는 10여 명의 직원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인도네시아에서 온 근로자들입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친구들인데, 이들은 모기와 더위에 익숙해져서인지 다들 잘 자고 있습니다. 천정에 두 개의 실링팬이 달려 있는데 주로 그 주위에서 잠을 잡니다.

 

내 옆 침대에서 자는 친구는 말레이시아인인데 집이 쿠알라룸프르이기 때문에 숙소에서 잔다고 합니다. 서빙 쪽 여직원과 사귀는데 둘이서 매우 깊은 밤까지 전화기를 붙잡도 소곤댑니다. 첫날은 모기에 더위, 그리고 그의 전화소리까지 더해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화가 나 그만 잠 좀 자자고 하려다가 참았습니다. 그렇게 말해서 그가 전화를 끈다 해도, 말을 하면서 생긴 흥분과 또 돌아서면 생기는 미안함 때문에 더 잠을 못 이룰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말을 하지 않길 잘한 것 같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그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어제는 늦게까지 일하고 1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밀린 빨래를 하고 샤워를 한 후 내 침대로 돌아왔습니다.(숙소는 넓은 방 하나에 각자의 침대 또는 매트리스가 있음). 대부분의 직원들이 잠을 자고 있었고, 두 명이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쪽 침대 앞에 한 직원이 작은 모포를 바닥에 깔고는 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머리에는 작은 모자(주발 모양의 머리 윗부분만 덮는, '쏭곳'이라함)를 쓰고, 치마처럼 두르는 하의와 깨끗한 상의를 입고 있었습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무릎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눈을 꼭 감고 작은 소리로 기도를 하였습니다. 불이 꺼져있어 어스름한 곳에서도 그의 경건한 표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고향에 있는 가족을, 아픈 누군가를, 아니면 국가를 위해서일지 모르지만 기도하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평화이고 행복이고 사랑이었습니다. 그렇게 간절한 기도한 번 못해보고 살아온 내가 참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곳의 직원들은 착합니다. 담배는 피우지만 술은 절대 마시질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였다면 빈 술병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언성을 높이거나 큰 소리로 노래 부를 상황이 벌어졌을 만 한데 이들은 언제나 조용히 이야기하거나 노래합니다(기타가 있어 작게 연주하면서). 공동으로 쓰는 샤워실에 비누를 두고 왔는데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더군요. 내 가방 안에도 카메라 등 몇 가지 물건들이 있지만 잃어버릴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입니다. 이들이 인도네시안이어서 그런지, 아님 말레이시아인들도 같은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말레이시아인들이 좀 거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쿠알라룸프르에 비하면 여러모로 안전한 편입니다. 날치기와 좀도둑에 대한 우려는 말레이시아 어디를 가도 떨쳐버릴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빅애플도넛-기숙사
빅애플도넛-기숙사

코타바루 빅** 도넛 기숙사 모습입니다. 저 뒤에 한 직원의 모습이 보입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지금도 기숙사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2008년이니까요. 오래된 일인데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기숙사에 있던 직원들은 현지인 한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온 젊은 청년들이었습니다. 모두 순수하고 착했습니다. 얼굴 붉히며 싸우는 일이 없었지요.

*빅** 도넛은 지금도 말레이시아에 있습니다. 여전히 장사는 잘 되지만 초창기처럼 매장이 많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