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대중교통
*2022년 12월 현재, 이 터미널은 테스코(지금은 루터스(Lutus mall)로 바뀌었음) 옆으로 옮겼습니다.
코타바루(Kota Bharu)에서 쿠안탄(Kuantan)을 거쳐 오늘 새벽에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집에 도착했습니다. 코타바루(Kota Bharu)-쿠안탄(Kuantan) 7시간, 쿠안탄(Kuantan)-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4시간 걸린 긴 여행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Malaysia)에서 버스를 타고 여행한다는 것은 참 고된 일입니다. 냄새나는 의자, 너무나 세게 튼 에어컨(반드시 긴 팔 옷이나 큰 수건, 담요 등을 가지고 타야 합니다.), 모기떼까지 대부분 낯선 환경들이기 때문입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 버스도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깨끗해지고 빨라졌습니다.
아침 9시 차로 코타바루(Kota Bharu)에서 쿠안탄(Kuantan)으로 가려고 터미널에 8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9시 차는 차표가 다 팔리고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차는 오후 3시. 오후 3시에 출발하여 쿠안탄(Kuantan)에 도착하면 한밤중이 될 것이고, 또 그 시간에 거기서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까지 갈 차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면 쿠안탄(Kuantan)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데, 호텔비와 식비 등 여러 가지가 맘에 안 드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차표가 다 팔리고 없으니, 달리 할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 식당에서 로티를 시켜 아침을 먹었습니다. 로띠를 먹으면서 생각하니, 이대로 그냥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급한 일이 생겨 환불할 수도 있고, 또 시간에 늦어 차를 타지 못한 자리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을 보니 8시 50분. 차가 출발하기까지는 10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나는 서둘러 가방을 끌고 밖으로 나가 쿠안탄(Kuantan)으로 가는 차를 찾아보았습니다. 두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그 앞에는 운전기사로 보이는 말레이시아 사람 4명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3시 차표를 보여주면서 내가 차표는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러니 9시 차를 태워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영어를 거의 못했고, 내 차표를 보더니 손가락 세 개를 표 보이며 "띠가, 띠가." 하였습니다 '띠가'는 '셋'이라는 말이니, 그들은 내 차 시간은 세시라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나도 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러니 빈자리가 있으면 태워달라.'라고 했습니다. 영어가 거의 안 되는 그들은 아마도 내가 세시 차표를 9시 차표로 바꿔달라는 말로 알아듣지 안된다고 허더군요. 그래도 나는 가방을 차 앞에 세워 놓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다 타고 차가 출발할 때까지도 앉지 않은 빈자리가 있으면 사정을 해서 타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9시 차라고 했는데 이미 9시가 거의 다 되고, 9시가 넘어가는데도 한 사람도 차에 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다시 이 차가 몇 시에 출발하냐고 물었는데, 9시 반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또 9시 반까지 기다렸는데, 그 시간이 되어도 사람도 타지 않고, 차도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서 있던 4명도 하나씩 어디론가 가버리고 나만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9시 차표가 없다고 해서 포기 하지 않고 차를 타려고 했던 나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말레이시아(Malaysia)에서는 표가 없다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표가 없어도 갈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가 터미널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시도를 해보아야 합니다. 이런 내 생각과 행동은 분명 가능성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잘못한 것은 '타깃'을 잘못 잡았다는 것입니다. 내가 사정했던 그들은 콴탄으로 가는 버스의 기사가 아니었던 것이고, 그 차는 9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아니었으며, 그 장소는 차가 출발하는 곳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차는 그곳에서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출발하였으니, 내가 엉뚱한 사람들 붙잡고 통사정하는 동안 버스는 터미널을 벗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나랑 얘기했던 사람중 하나가 내게 와서 가르쳐 주었습니다. 기사에게 20링깃만 더 주면 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것입니다. 버스표가 다 팔렸다 해도 빈자리는 한 두 개 정도 있습니다. 고장 난 의자(주로 뒤로 젖혀진 의자)의 표는 팔지 않으니 그 자리에 앉아도 됩니다. 운전석 옆의 보조의자도 있습니다. 그도 아니면 버스 맨 뒤편에 기사들이 잠자는 자리도 있습니다(물론 냄새 많이 나고 모기 많습니다). 어떻든 자리는 기사가 마련하기 나름입니다. 나는 타깃만 잘 잡았으면 틀림없이 그 9시 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알려주려면 차가 떠나기 전에 알려주지 버스 출발한 다음 알려줄 게 뭐냐고 하소연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이 돼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3시까지 기다려 차를 타야 했지만 '절대 포기하지 마라'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쿠안탄(Kuantan)에 도착하니 10시가 되었습니다. 쿠안탄(Kuantan)에 간 이유는 우리가 이사 할 집을 미리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콘도이니 어느 정도 믿음이 가 세를 얻기로 구두로는 약속이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이삿짐을 싸기 전에 집을 보아야 했습니다. 터미널에서 10시 반에 집주인을 만나기로 했으니 30여분의 시간이 있었고 아침의 낭패도 있었으니 미리 차표를 끊으러 창구로 가 보았습니다.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차는 12시 반이 있었지만 여기서도 이미 표가 다 팔리고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아침의 실패를 교훈 삼아 버스기사를 제대로 골라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면 될 수도 있겠지만 꼭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니 우선 짜증부터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가지, 표가 매진 됐다고 해서 모든 버스표가 다 팔리고 없는 것은 아니라는 알았습니다. 그 창구의 여직원이 말한 '표가 없다'라는 것은 '우리 회사 버스표가 없다'라는 뜻입니다. 터미널에는 여러 회사의 버스들이 있고, 이들은 각각의 창구를 가지고 있어 다른 회사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그 회사 버스의 표는 없지만 다른 회사의 버스표는 있을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여직원은 그냥 '버스표가 없다'라고만 말했습니다. 여기서 포기했다면 어쩔 수 없이 호텔 잡고 하룻밤 자고, 또 식비에 택시비 등을 돈과 시간을 써야만 했을 것입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다른 창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줄에 서서 다시 표를 사려했는데, 이 회사 역시 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맘도 급하고 해서 창구마다 돌아다니며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표 있냐고 물었습니다. 다 없다고 했습니다. 이미 다 팔린 것입니다. 정말 허탈한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곧 약속된 시간이 되어 나가봐야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까 표가 없다고 했던 창구에서 "KL, KL!"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향해 손짓을 하는 직원이 보였습니다. 나는 누군가 표를 취소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사람이 사기 전에 먼저 가려고 가방을 끌고 뛰었습니다. 그 모습이 좀 우스웠을 겁니다.
나는 표를 샀습니다 12시 반에 쿠안탄을 떠나는 버스였습니다. 그리고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자리는 삼분의 이가량 밖에 차지 않았습니다. 취소한 표를 산 게 아니라 새로운 버스의 표를 샀던 것입니다. 내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로 가려는 사람은 많고 차표는 다 팔렸으니 회사에서 긴급히 차 한대를 더 마련해서 표를 판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다 팔렸다던 차표가 나왔고, 자리가 전부 차지 않았겠지요. 이렇게 말레이시아(Malaysia)에서는 차표가 떨어졌다고, 또는 그 무언가 '안 된다고' 하였을 때에 쉽게 포기하고 발길을 돌릴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어떻게 해서든 가능한 시간이라면 시도를 해보아야 합니다. 버스가 떠나기 전까지, 문이 닫히기 전까지, 물건이 눈앞에서 안 보일 때까지, 그곳이 관공서이든 민간회사이든 모든 가능한 방법을 시도하고 매달리면 '안 된다'가 '됐다'로 바뀔 가능성이 많은 나라가 말레이시아(Malaysia)입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는 많이 변했습니다. 경제나 도시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행정은 많이 변했고 깨끗해졌습니다. 이제는 돈으로, 또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업을 하든, 공부를 하든 법과 원칙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방향으로 해가 가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위의 글은 어쩌다 운 좋게 버스표 하나를 구한 것을 가지고 너무 확대해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끄럽습니다.
*버스를 탈 때, 두툼한 옷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레이시아 버스 또는 대중교통, 극장, 관공서, 은행 등은 에어컨을 매우 강하게 틀기 때문에 춥습니다. 특히 대중교통은 움직이지 않고 몇 시간을 가야 하기 때문에 추위를 피할 길이 없습니다. 가디건이나 얇은 점퍼, 숄 등을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비 오는 날이나 밤이면 더더욱 춥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