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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콘도 주인과 친구가 되다 2008.5.19)

진두-볼레리 2022. 12. 29. 12:27

 

우리가 살고 있는 콘도의 집주인 이름은 "뿌쉬용"입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인데, 도넛가게 동업자의 친구입니다. 나이는 나보다 두 살 정도 어릴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친구 하기로 했습니다.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나서 집에 가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국의 가구는 다 두고 왔고, 쿠알라룸푸에서는 풀퍼니처에서 살았으니 노퍼니처인 쿠안탄에서는 모든 가구를 다 새로 사야 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집주인인 뿌쉬용이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침대와 책꽂이와 식탁과 의자 등 당장에 필요한 가구들을 샀습니다.

 

뿌쉬용은 소비자 가격에서 한참을 깎아주었는데 칠십 링깃이 꼬리로 붙어 있었습니다. 같이 갔던 사람이 그것마저도 깎아 달라고 하자 처음에는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대신 친구하자"며 손을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칠십 링깃을 깎는 것으로 뿌쉬용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뿌쉬용은 칠십 링깃으로 2년을 산 것이고 나는 가구를 칠십 링깃을 깎아 가구를 산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가구를 싸게 산 게 아니라 좋은 친구를 산 것입니다.

 

뿌쉬용은 작은 아이 학교 보내는 것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습니다. 그는 가구점을 운영하기 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뜰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내어 차를 가지고 우리 집에 왔었습니다. 아내와 나를 태우고 작은 아이가 갈만한 중국계 공립학교를 두 곳을 돌았습니다. 그리고는 어느 학교가 맘에 드느냐고 물었습니다. 하나는 큰 학교이고 하나는 작은 학교였습니다. 나는 작은 학교가 집에서도 가깝고 '작은' 것이 더 맘에 들었습니다(작다고 하지만 학생 수가 천 명이 넘습니다.)

 

뿌쉬용은 우리와 함께 그 학교에 갔습니다. 그는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과 친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선생님 중 한 분이 퇴임식을 하는 날이라서 그냥 인사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그 효과는 매우 컸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그 교장선생님을 찾아가니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이주 초기에 쿠알라룸푸르의 라이밍 스쿨에서 당한 모욕과 멸시를 생각하면 참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에이전시도 없이 내가 할 수 있겠냐며 다소 걱정스러워했지만 나는 그가 주는 서류를 받아 들고 기쁜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어떤 서류이냐만 알만 그것을 작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우리 아이를 받아주려는 의사만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뿌쉬용은 우리 작은 아이의 학교 입학을 도와주었고 또 2~3달은 족히 걸린다는 절차를 힘을 써서 2~3주 내로 나올 수 있도록 힘써주었습니다. 그 교장 선생님이 교육청으로 전화를 하도록 부탁했다고 하니 참 고마운 일입니다.

 

어제는 일요일이었습니다. 친구가 없는 작은 아이는 너무나 심심해하고 불안해하는 요즘이었습니다. 그런데 뿌쉬용이 우리 아이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심심해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뿌쉬용은 자기 아이들과 놀게 하려고 데려간 것입니다. 오후에 뿌쉬용과 함께 갔던 아이는 저녁까지 먹고 늦은 밤에 돌아왔습니다. 그 집에서 누나와 친구와 동생들하고 중국어로 대화하면서 거북이도 보고 잉어도 보았다고 들뜬 목소리로 다음날 내게 들려주었습니다. 아이에게 친구가 필요한 것은 이렇게 자기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뿌쉬용은 내게 고마운 친구입니다. 처음에 집세를 하나도 깎아주지 않아 깍쟁이로 보았는데 그는 줄 것은 주고받을 것은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주고 나서도 고맙다는 소리 듣지 못하고 받고 나서도 반갑지 않은 사람이 가끔 있는데 뿌쉬용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기쁜 사람입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그는 지금도 쿠안탄에서 가구점을 하고 있습니다. 쿠안탄 고속도로 톨을 지나 5분 정도 달리면 오른쪽에 작은 가구점이 하나 나옵니다. 가구들은 품질보다는 가격을 고려한 것들입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수십 년을 해왔고, 많은 단골을 가지고 있어 돈을 잘 법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같은 업종의 가게를 그 옆에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가족 관계입니다. 아버지 가구점 옆에 아들이 내거나 동생이 내는 것입니다. 나란히 있는 몇 개의 상점들이 모두 한 가족으로 구성되면 출혈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손님이 옆집으로 간다고 해도 나쁠 것이 없습니다. 모두 가족이니까요. 말레이시아의 중국인들이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