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alaysia-life.tistory.com/googleda2e2cfdeffc91a7.html 말레이시아 이주기(영어 그리고 생존 2007.11.27)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이주기

카테고리 없음

말레이시아 이주기(영어 그리고 생존 2007.11.27)

진두-볼레리 2022. 12. 15. 01:28

말레이시아에서 영어와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다

 

며칠 동안 무척이나 덥더니 오늘 비가 내린 후 기온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기온이 내려간다고 해도 30도를 넘지 않았다는 것이지 한국처럼 추운 날씨는 아닙니다. 집 안에 있으면 더위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내려갔습니다. 그래도 더위에 익숙지 않았던 나와 아이들은 오늘이 꽤 좋은 날씨였습니다. 말레이시아 날씨가 보통 이렇다고 합니다. 비가 좀 내리면서 더위를 싹 씻어주고 그러다가 비가 며칠 안 오면 뜨거워지고, 뜨거워 견딜 수 없을만하면 다시 비가 내리고... 그래서 사람들이 사는 것이겠죠.

 

작은 아이는 오늘도 개인 수업을 받으러 갔습니다. 3명이 함께 배우기로 했다가 두 명이 그만두고 우리 아이만 수업을 받게 되었습니다. 일대일이니 비용을 더 주어야 하지만 공부 시간을 줄이는 걸로 대신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공부하고 점심을 그곳에서 먹은 후 그 집 아이(중국계 7살 남자아이)와 잠시 놀다가 집으로 오는 조건입니다. 하루 두 시간이면 좀 부족한 듯 하지만 나머지는 내가 챙겨야 되겠지요.

 

오늘 책을 다 받아 왔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영어와 중국어와 함께 말레이어 책까지 받아 왔는데, 중국어는 한자이고 영어는 어느 정도 알겠는데 말레이어는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말레이시아 글자가 없어 알파벳을 표기 문자를 쓴다는 겁니다. 뜻은 모르더라도 대충 읽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말레이어 단어를 익히고 그걸로 문장을 만들고 글과 말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3개월 만에 중국어와 영어와 함께 말입니다. 처음 배우는 작은 아이가 3개의 언어를 헛갈리지는 않을지 걱정됩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있겠습니까. 말레이시아에 왔으니 열심히 공부하는 방법 밖에. 아이 덕분에 나도 중국어에 말레이어까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내가 같이 공부하여 숙제도 봐주고 예습과 복습도 가를 칠 수밖에요.

 

오늘은 나도 칼리지 레벨 테스트를 받고 왔습니다. 총 80여 문제인데 듣기가 15문제 정도이고 나머지는 독해, 문법, 대화, 단어 등이었습니다. 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듣기가 좀 어려웠고(문제가 어려운 게 아니라 듣는 연습을 못했기 때문에), 문법이나 단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총 8단계까지 있는데 1부터 시작하면 최소 8개월을 다녀야 합니다. 개월마다 등급시험을 치러 통과하며 다음 단계로 올라가거든요. 물론 통과 못하면 더 공부해야 하고요. 한 3등급 정도 되면 6개월만 공부하면 되는데... 그 뒤에는 일을 할 계획입니다. 일자리는 알아보면 있을 겁니다. 이곳에 와 영어부터 공부하는 것은 내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지요. 영어를 못하면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육체노동 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내가 아무리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일을 했다 하더라도 여기서는 다 소용없거든요. 그래서 영어부터 시작합니다. 이건 투자죠.

 

말레이시아는 살기에 어떤 나라일까?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말레이시아는 꽤 살만한 곳이라는 걸 시간이 갈수록 느낍니다. 우선 맘이 편안합니다. 버스나 지하철 등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도 부담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나만을 쳐다보지 않거든요. 인종이 다양하고 중국계가 20%라서 가만히 있으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인 줄 알거든요.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이곳은 타 인종, 타 문화에 대한 거부가 크지 않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요. 그에 비해 우린 너무나 배타적입니다. 우리 것, 우리 문화, 한류, 한우, 한복, 한식, 신토불이, 한국... 너무나 한국적인 것이 최고라는 교육과 말들을 듣고 살아 우리 것만을 최고로 치는 인식이 강하죠. 그러다 보니 남의 것, 남의 문화에 대한 배려나 인정에 인색합니다. 그건 또한 사람에 대한 것이기도 하죠. 그래서 외국인에 대한 시선이 그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부담스럽지요.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습니다. 굳이 '메이드 인 말레이시아'를 고집하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라도 좋으면 부담 없이 받아들이죠. 

 

이주 초창기다 보니 지출이 많습니다. 그러니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주 1년간 2천만 원을 쓰는 것으로 계산하고 왔는데 예상치 못한 지출들이 꽤 많습니다. 안 쓸 수도 없는 일이고요. 해서 생활비를 좀 줄여보기로 했습니다. 하루 60링깃(약 1만 8천 원) 이상은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 봅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조금만 움직이면 금방 100링깃(약 3만 원)이 넘어갑니다.

 

오늘도 448링깃(약 13만 원)이나 썼습니다. 60링깃의 7배를 넘게 쓴 것이지요. 안 쓸 수도 없었습니다. 우선 작은 아이 책값으로 334링깃을 썼고, 국제전화카드가 50링깃이었습니다. 칼리지 가는데 시간이 없어 택시를 탔더니 8링깃 나왔고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는데 54링깃이 넘게 나왔습니다. 다 필요한 지출이었습니다. 아이 공부하여야 하고, 한국에 전화할 일 있으니 해야 하고 또 먹고살아야 하고...

 

다만 소비와 투자를 나눌 필요는 있겠습니다. 책은 아이를 위한 투자라 볼 수 있습니다. 전화카드는 소비이면서 투자이고, 식료품은 먹고살아야 하니 투자이기는 하지만 줄일 수 있는 부분이니 소비이기도 합니다. 버스를 타도 되는데 시간이 없어 택시를 탔으니 이건 소비가 맞습니다.

 

말레이시아 이민 그리고 사업

말레이시아에 왔으니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동안은 봉급 생활을 해 와 투자와 소비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이젠 철저히 투자를 해야 합니다. 노력을 하면 돈을 벌 수도 있겠습니다(하긴 노력하면 어디 가나 돈을 벌 수 있지요) 부동산도 괜찮은 투자처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최대 60%이니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번다는 건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물 건너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이곳이 로또에 당첨되는 것처럼 떼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금융 상품을 이용하는 것보다 좀 더 벌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만큼 위험부담도 있기는 하지만요. 또 여기는 먹는 사업도 괜찮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외식 문화가 무척 발달해 있습니다. 집에서 해 먹기보다는 사 먹는 걸 더 좋아합니다. 음식값이 싸고 맛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식 산업도 괜찮아 보입니다. 그 외에도 꽤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80~90년대 정도의 성장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발전한 산업들이 이곳에선 아직 시작 단계인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섣불리 달려들면 낭패를 봅니다. 한국보다 물가가 싸다고 쉽게 투자했다가는 말아먹기 좋지요. 실제로 그렇게 손 털고 나가는 한국인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이곳 문화와 사회도 모른 채 돈만 믿고 투자하면은 실패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거지요. 모든 일에 있어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만큼 땀을 흘려야 하는가 봅니다. 다만 땀을 흘려도 못 벌 수 있다는 것과 땀을 흘리면 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의 차이이겠지요.

 

오늘은 한국에서 아주 귀한 친구가 찾아왔었습니다. 재즈 페스티벌을 함께 했던 분이지요. 너무나 반가운 손님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얼마 없어 저녁만 먹고 헤어졌습니다. 이곳에 온 지 일주일... 벌서 한국적인 것들이 그리워지는군요. 그리고 그분들 참 고맙습니다. 부족한 나를 위해 참 많이 배려해 주시는군요. 그 은혜들,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열심히 해 행복하게 사는 게 갚는 길일까요. 그건 너무 이기적이겠지요. 열심히 일해 좋은 위치에 서고 나도 그분들을 도와줄 수 있어야겠지요.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하여야겠지요.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믿으며 살아왔지만 때때로 돈이 인심이고 의리이고 인정이고 사랑이고 할 때가 있습니다.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난 참 작아지지요. 때문에 그저 마음으로 때우려 하지만 그건 참 한계가 있습니다. 이젠 마음 하나만으로 밀고 가기엔 나이를 너무 먹어버렸습니다. 나이에 어울리는 모습을 가질 때가 되었습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위에 경제와 돈벌이 이야기를 했지만, 이 부분은 아직도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큰돈을 벌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손 털고 돌아가기도 합니다. 돈을 번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된다면 누군들 열심히 하지 않겠습니까? 돈을 번다는 것에는 열심히 하는 것 외에 또 다른 능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이든 말레이시아이든 마찬가지입니다. 15년을 이곳에서 살았지만 아직도 나는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말레이시아의-평범한-도로-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