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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눈물 나는 아이들의 영어 공부 2007.12.01)

진두-볼레리 2022. 12. 15. 11:48

작은 아이의 영어 공부

어제 개인 교습을 받고 온 작은 아이의 노트를 보니 1~10까지 영어로 쓰는 것을 배우고 왔습니다. one, two, three...ten. 그래서 저녁에 쓰기 연습을 했는데 아직 't'가 'ㅌ' 발음이 나고 'a'가 ' 'ㅏ' 발음 난다는 걸 모르는 녀석은 오로지 기억력으로 그걸 다 외어서 써야 했습니다. 순서야 어떻게 되었든 외워서 원리를 깨치든 깨친 후 외우든 일단 배워야 하겠기에 아라비아 숫자로 1~10까지 쓰게 한 후 영어로 쓰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한 자 틀리면 손바닥 한 대씩 맞기로 했습니다. 한 문제가 아니라 한 글자였던 것입니다. 10문제에서 틀린 게 25개였습니다. 문제로 보면 5개도 제대로 쓰질 못했습니다. 손바닥은 가볍게 때렸습니다. 녀석이 태어나 처음 때려 본 것입니다. 물론 아주 가볍게 때렸기 때문에 약간은 긴장했지만 아파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들은 밤까지 다 쓰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고 말았습니다.

 

오늘 아침 운동을 나갔습니다. 큰 아이와 함께 셋이서 운동을 할 때, 큰 아이는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걷기 때문에 작은 녀석 손을 잡고 운동을 합니다. 녀석은 궁금한 것도 많고 말하고 싶은 것도 많아 운동하는 내내 쉬지 않고 떠들어 댑니다. 곤충이야기, 만화 이야기, 친구 이야기... 또 세상을 향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곤 하는데 저는 그게 늘 좋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아이는 자라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 운동을 하면서 좀 망설였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1~10에 대한 영어 공부를 할 것인가, 아니면 평소대로 녀석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것인가... 사실 크게 보면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좋은 공부입니다. 영어로 열까지 쓸 수 없다 하여 문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 눈앞에 놓인 테스트는 통과하여야만 합니다. 그래야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싫어하는 녀석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운동을 했습니다. "완-one, 투-two, 쓰리-three..." 그렇게 한 10분 정도를 주고받다가 그만두고 운동을 했습니다. 다시 즐거워진 녀석은 또다시 쉴 사이 없어 종알거리면 운동을 했습니다.

 

오늘은 개인 교습을 하는 선생님한테 같이 가기로 하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에이전트에서 통학을 해주었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나도, 큰아이도 수업을 받으러 가니 다 같이 나가면서 내가 아이를 데려다 주기로 하였고, 해서 오늘 선생님 집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차가 오기 전에 어제 배운 10까지의 카운트를 다시 써보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보다도 더욱 많이 틀린 것이었습니다. 순간 화가 좀 났습니다. 손바닥을 때렸는데, 글자 수 대로가 아니라 문제 수 대로 때렸습니다. 더 적게 때렸지만 그것에는 내 감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야단을 쳤습니다. 가르칠 때 제대로 하지 않고 장난을 치니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 제대로 하려면 장난을 치지 말고, 장난을 치려면 제대로 할 자신이 있어야 할 게 아니냐고... 녀석은 앉은 채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엉엉 우는 게 아니라 그냥 눈물을 책상 위로 뚝뚝 떨어트리는 것이었습니다. 내 맘도 무척 아팠습니다. 알파벳 한 두자 때문에 어린 녀석을 울려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팠던 것입니다.

 

녀석은 곤충을 무척 좋아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 파브르 곤충기를 다 읽었고, 곤충과 관련된 만화와 책들을 읽었습니다. 장수풍뎅이를 직접 기르기도 했고 마당에서는 톱사슴벌레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사슴벌레를 잡기 위해 뒷산에 올라 부엽토와 썩은 나뭇가지를 뒤지기도 했습니다. 20권이나 되는 어린이 백과사전을 다 읽을 정도로 지적 호기심이 많고 또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기도 한 아이입니다. 그런 녀석에게 겨우 10까지 영어로 쓰지 못한다고 야단을 친 나나, 그것을 쓰지 못해 야단을 맞는 녀석이나 모두 자존심 상하고 속상한 아침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지만 이렇게 공부시키는 게 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습니다. 영어는 시기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해야 하는 것일 터이니....

 

선생님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었습니다. 여선생인 그분은 올해 우리 나이로 48세였는데 위로 대학교 다니는 아이와 중학교 다니는 딸 둘과 이제 7살 된 작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작은 아이는 우리 아이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아이 었고, 중학교 다니는 아이는 엄마를 도와 우리 아이를 가르칠 정도로 성숙한 아이였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총명하고 밝아 보였습니다. 집은 크거나 화려하지 않았고, 깨끗하게 정돈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노 부모와 함께 살아 특유의 냄새도 나는 그런 아주 평범한 집이었습니다. 아이를 이 선생님께 맡기면서 나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에는 학원도 많습니다. 영어학원, 중국어 학원 등등 우리 아이가 다닐만한 학원은 많은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 선생님 집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된 걸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루 두 시간밖에 공부하지 않지만 공부 이상의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이 사회를 배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문화를 배우는 것입니다. 아이는 그곳에서 점심까지 먹고 작은 아이와 함께 잠시 놀다고 옵니다. 그게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나의 영어 테스트 결과도 나왔습니다. 전체 8 레벨 중 5 레벨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시험 자체가 많이 쉬웠는데, 특히 문법과 단어 쓰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영어 교육은 듣고 말하고 쓰는 것은 안 되지만 문법과 단어 교육은 아주 잘 돼있지 않습니까. 그 덕분인 것 같은데 기분이 썩 좋은 것은 아닙니다. 난 아직도 말하고 듣는 실력이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어진 것이니 열심히 공부할 생각입니다. 이곳에서의 언어는 그냥 기능이 아니라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살아 남기 위한 수단인 것이지요.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업도 취직도 어렵습니다. 시작은 하겠지만 결과는 장담하지 못하지요. 먼 외국에 왔으니 이 나라를 배워야 하고 그 첫 번 째는 바로 언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당시 내게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 교육이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이주를 하였기에 모든 것이 막막했습니다. 어디에 가 어떤 절차로 진행해야만 아이들이 정상적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정보도 부족했지만 나의 영어는 이런 일들을 처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아이들 역시 낯선 교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들을 해결해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숨이 막혔던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궁하면 통한다'라는 것은 진리라 생각됩니다. 이 많은 문제들은 결국 해결되었고, 우리 아이들은 정상적인 학교 교육받아 컬리지까지 졸업하였습니다. 영어는 불편함 없이 사용할 정도이고, 작은 아이는 중국어까지 배웠습니다. 한국에 있으면서 미리 에이전트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시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나처럼 부딪혀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다만 두려움을 미리 당겨서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공부하는-아이들-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