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alaysia-life.tistory.com/googleda2e2cfdeffc91a7.html 말레이시아 이주기(수영을 하다! 200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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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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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수영을 하다! 2007.12.02)

진두-볼레리 2022. 12. 15. 12:09

말레이시아에 와 처음으로 수영을 하다

오늘은 토요일입니다. 이곳 역시 주 5일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는 날입니다. 작은 아이의 개인 교습이 없으니 우리 셋 모두 집에서 쉬는 날입니다. 말레이시아에 와 두 번째 맞는 휴일이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주말에는 수영장에 가기로 하였으니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단, 가기 전에 공부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오전에 TV와 컴퓨터를 조금 하고 점심을 먹은 후에 수영장 가기로 하였는데 아이들은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공부도 제대로 못합니다. 그래도 기온이 가장 올라가는 오후 2시에 가기로 하여 그때까지 억지로라도 공부를 하긴 했습니다.

점심은 어제 마트에서 사 온 비빔면을 먹었습니다. 말레이식 비빔라면이라고 할까, 먼저 면을 찬물에 삶은 후 건져내어 분말수프, 액체 수프, 그리고 건더기 수프를 넣은 그릇에 담아 비며 먹는 것입니다. 아이들이나 나나 처음 먹어보는 것이데, 맛이 괜찮았습니다. 약간 느끼한 맛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습니다. 값은 5개 들이 한 포장에 2.59링깃(약 7백7십 원)이었으니 우리의 라면보다는 훨씬 싸긴 합니다. 양은 좀 작았습니다.

 

수영장은 오후 2시가 안 되어 출발했습니다. 걸어서 5분이면 가는 걸이라서 옷을 챙겨 출발했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났죠. 큰 아이는 이제 막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대중목욕탕조차 가지를 않았습니다. 수영장이니 더욱 가기를 꺼렸던 아이입니다. 하지만 작은 아이가 워낙 재밌었다고 자랑을 하니, 큰 아이도 궁금하였던 모양입니다. 또 아침 운동을 하면서 수영장을 보여주었더니 관심을 맘이 바뀌었습니다. 수영복을 사 온 뒤로는 더욱 가고 싶어 했습니다.

 

 

수영장에서-수영하는-딸과-아들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수영장에서 놀고 있습니다. 이 수영장에는 이번이 네 번 째이지만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적어 시선이 부담스럽지도 않습니다. 주로 가족 단위로 놀러 오는데 그 층도 매우 다양합니다.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를 비롯하여 흑인과 백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수영을 합니다. 인종이 다양하니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 속에 섞일 수 있습니다.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은 거지요. 하긴 말레이시아 사회가 대부분 그런 것 같습니다. 인종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적은 것이지요. 오기 전 책을 사서 보았더니 60%인 말레이계가 20%인 중국계를 차별한다고 하더군요. 20%인 중국계가 대부분의 경제를 잡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아직 그걸 느끼지는 못하겠습니다. 그건 이 사회에 좀 더 뿌리를 내려야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영장 가격은 좀 비쌉니다. 휴일에는 성인 20링깃, 아이 10링깃이니 셋이서 수영하는데 40링깃(약 1만 2천 원)이 들어갔습니다. 하루 끼니와 해결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그래도 갈만합니다. 우리가 언제 이런 수영을 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이들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 거나 몇 년에 한 번 어린이대공원에 가 수영하는 게 전부였지요. 수영이 하고 싶어 목욕탕에만 가면 냉탕의 물을 한 바가지씩 먹고 나오는 작은 아이를 생각하면 아깝지 않습니다.

 

 

우리가-갔던-수영장-모습

 

수영장 전경입니다. 골프장에 딸린 수영장이고 테니스장, 배드민턴장도 있지만 우리에겐 수영장이 제일입니다. 골프장 회원은 무료인데, 우리는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여야 합니다. 참, 이곳 골프장은 한국에 비하면 무척 싸다고 하더군요. 난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이 얼마인지, 이곳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침에 운동을 하다 보면 꽤 많은 한국 사람들이 골프를 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 비해 저렴할 뿐이지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닐 것입니다.

수영장에서 나와 작은 아이는 개인 교습 선생님 댁에 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책을 빌어왔는데 꼭 필요하다고 저녁 6시까지 갔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에이전트에서 데려다주고 데려와 오늘 처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어차피 담주부터는 내가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할 길이었습니다.

 

우선 택시를 타고 암팡 스테이션까지 갔습니다. 암팡 스테이션까지는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습니다. 몇 분 안 되는 거리입니다. 그곳에 가면 우리의 지하철과 비슷한 LRT가 있습니다. 집에서 스테이션까지는 약 5km 정도 될 것입니다. 택시비는 3.4링깃이 나왔습니다. 우리 돈 1천 원이 좀 넘는 것입니다. 이곳의 택시비는 쌉니다. 기본요금이 2링깃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거리에서 대부분 10링깃이면 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3천 원으로 갈 수 있는 금액이지요. LRT는 우리의 지하철이 그렇지만 거리에 따라 금액이 정해지는데 선생님 댁은 암팡 스테이션에서 4 정거장 떨어진 거리입니다. 아마도 기본요금일 듯싶은데 1링깃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버스비는 1링깃인데, 집 근처의 버스는 2링깃이었습니다. 아마도 버스의 코스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나는 듯했습니다. 집 근처를 다니는 버스는 rapidKL U26번이었는데 이쪽은 rapidKL T327이었습니다. 이 차이는 U로 시작되는 버스를 타면 티켓을 주는데 이 티켓을 가지고 U로 시작되는 버스는 어느 곳이든 하루 종일 타고 다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대중교통

말레이시아의 대중교통은 그리 편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집에서 선생님 집까지 택시를 타면 10링깃 이내의 거리이지만 택시-LRT-버스를 타고 가야만 할 정도입니다. 버스는 보통 20여 분 이상을 기다려야만 탈 수 있습니다. 매우 불편한 것이지요. KLCC(쌍둥이 빌딩) 부근의 시내는 버스와 LRT를 타면 대충 다닐 수 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어렵습니다. 또 시내는 차가 매우 많이 막힙니다. 해서 버스를 타고 다니기도 어렵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대중교통은 불편합니다. 다만 그 체계는 우리보다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적은 도로, 많은 차량을 효율적으로 이동시키기 위하여 나름 합리적인 교통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지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사주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중 1이었던 큰아이는 핸드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 2학년인 작은아이에게 핸드폰은 당치도 않았지요. 하지만 이곳은 외국입니다. 길을 잃어버렸을 때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합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지리도 모르는 녀석을 어디 가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해서 가방에 15링깃과 함께 영어로 편지를 써넣기는 했습니다. 내 전화 번화와 함께 이 아이를 발견하면 전화를 걸어주거나 택시를 태워 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급한 일 있을 때 연락할 수 있는 핸드폰을 사준 것입니다. 큰 아이는 좀 나은 걸로 사주었습니다. 그리고 작은애는 아주 싼 걸로 사주었지요. 얼마 전 내 핸드폰을 약 15만 원을 주고 노키아 제품을 샀는데, 큰 아이도 비슷한 가격의 모토로라 제품을 사주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아이는 8만 원대의 삼성제품을 사주었습니다. 급한 일이 있거나 갑자기 연락이 안 되어 애를 태우기보다는 이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핸드폰이라는 것도 하나의 생활용품인데 어려서 가진다고 문제 될 건 없겠지요. 

 

수영을 하고 오면서 큰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이거 너무 행복한 거 아냐?" 큰 아이도 웃으면서 "맞아", 하더군요.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고 또 오로지 일만 해 왔기 때문에 이런 생활이 익숙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좀 불안하기도 합니다. 아직 내겐 확실한 경제적 보장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칼리지 공부를 마치고 나서 할 수 있는 경제적인 활동이 보장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늘 일만 해 왔던 관성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불안과 알 수 없는 앞날에 대한 불안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참 즐겁고 행복합니다. 아이들도 너무나 좋아합니다. 작은 아이는 3개 국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지 않음에도 잠자리에 들면 나를 꼭 끌어안고 내 몸을 쓰다듬습니다. 그 손길에는 사랑과 함께 행복이 잔뜩 묻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녀석도 힘은 들지만 이곳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나 봅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 이주 초창기에 가졌던 행복이었습니다. 위의 수영장 이용비는 상당히 비싼 것이었습니다. 15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비쌉니다. 콘도미니엄에 거주하면 날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가기조차 귀찮은 수영장을 몇 만 원씩 내고 이용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이 좋았고 아낌없이 돈을 쓰며 수영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