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alaysia-life.tistory.com/googleda2e2cfdeffc91a7.html 말레이시아 이주기(스테이크를 썰면서 200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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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스테이크를 썰면서 2007.12.03)

진두-볼레리 2022. 12. 15. 12:51

아이들과 함께 말레이시아 스테이크를 먹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점심은 암팡 포인트 건너편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 먹었습니다. 내가 해주는 반찬이라는 것이 대부분 식물성이라 아이들에게 고기를 먹이고 싶었습니다. 자라는 아이들이고 타국에 와 낯선 외국어 배우느라 머리에 쥐 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영양보충을 해주기 위해서죠. 이 레스토랑은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입니다. 식장 자체는 볼 품 없습니다. 굉장히 허술하죠. 뭐라고 쓰여 있는지 읽기조차 어려운 다 낡은 간판과 허술한 내부가 고급 레스토랑의 이미지는 아닙니다. 그냥 시골에 있는 작은 식당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50년 역사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겠지요. 겉은 허름해도 맛은 좋았습니다. 지인이 추천한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값도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스테이크가 15~30링깃 정도 가고 그보다 싸고 맛있는 메뉴도 많습니다. 오늘 나는 생선가스를 시켰고 아이들은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생선은 11링깃, 스테이크는 17링깃이었습니다. 오렌지 주스가 2링깃이었습니다. 아이들도 굉장히 맛있게 먹었지요.

50년 역사는 말레이시아가 독립된 직후 가게를 열었다는 것입니다. 1957년 100년 영국 식민에서 독립되었으니 50년이 된 것이죠. 가게 주인은 처음 문을 연 주인은 아니고 대를 이었다고 합니다. 영국인들이 말레이시아를 지배하면서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 먹기 위해 식당 주인을 고용하여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음식 솜씨가 좋았나 봅니다. 영국인들에게도 좋은 실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독립 후에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그 맛을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가게가 문을 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아침 9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열고 주말에는 영업을 하고 월요일 쉽니다. 손님이 매우 많음에도 결코 오랜 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하고 다른 점이지요. 우리는 가게에 손님이 끊길 때까지 영업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모자라 분점을 열지요. 최대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마 이곳에 온 많은 한국사람들은 여기에서도 그렇게 영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더군요. 많은 식당들이 오후 3시까지 영업을 합니다. KFC나 맥도널드의 경우는 24시간 영업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건 예외이기도 합니다. 오후 3시까지 영업을 하고는 나머지 시간은 쉬는 것이죠. 다음날 영업할 것을 준비해 놓고요. 인생 참 편하게 살지 않습니까. 암팡 레스토랑을 보면 그 주인의 삶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하루 벌어먹고 살 정도의 돈만 벌고 그 돈으로 작은 잡과 작은 차를 사고 자식들 공부시킨 후 식당을 넘겨주고는 편안히 노후를 즐기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남는 시간에는 운동을 하거나 독서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식당-내부-모습-메뉴판이-보인다

식당 내부에 음식 사진을 찍어 가격표를 붙여 걸어 놓았습니다. 사진을 보고 음식을 선택해도 되고 메뉴판을 보고 선택해도 됩니다. 사진은 대부분 저렴하고 대중적인 것들입니다. 비싼 스테이크는 30링깃이 넘어갑니다.

 

낡은-식당-입구

식당 입구입니다. 간판이 다 바래 글을 읽기 조차 어렵습니다. 그러나 50 년이나 되면 간판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냥 다 알고 찾아오지요. 역사라는 건 참 큰 힘입니다.

 

 

음식사진-치킨촙과-감자튀김

 

뉴질랜드 스테이크를 시킨 큰 아이가 막 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스테이크를 많이 먹어보지 않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맛있었습니다. 곁들여 나온 감자튀김이 더 맛있어서 작은 아이는 이 감자튀김만 먹고 배가 불렀습니다. 나는 생선가스를 시켰는데 정말 입 안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소고기 스테이크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생선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생선이라는 것조차 느끼기 어려웠죠. 그러면서도 생선 맛은 살아있고요. 오렌지 주스도 맛있습니다. 전통 있는 식당은 주 메뉴뿐 아니라 보조 메뉴까지 완벽하게 맛있다는 게 특징이지요.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습니까. 불고기집에 가면 불고기뿐 아니라 곁들여 나온 동치미까지 맛있으니까요.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연다는 것은 나의 착각이었습니다. 그 시간은 '브레이크' 타임일 뿐이고 오후 4~5시경 다시 문을 열어 저녁 영업을 시작합니다. 여유롭게 장사하고 여유롭게 산다고 생각한 것은 이주 초창기 물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라 하여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 역시 돈 좋아하고, 부자 되고 싶어 합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욕망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같습니다. 말레이시아 식당 대부분은 아침~늦은 오후까지 하거나 점심~저녁 시간까지 영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