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alaysia-life.tistory.com/googleda2e2cfdeffc91a7.html 말레이시아 이주기(큰 아이의 반항 200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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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큰 아이의 반항 2007.12.04)

진두-볼레리 2022. 12. 16. 00:10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한 아이들의 공부

오늘부터 우리 셋 모두 공부를 시작했다. 이미 작은 아이는 지난주부터 시작했고 오늘 큰 아이가 영어 학원에, 난 리마 칼리지에 갔었다. 모두가 바쁜 하루였다. 교통비가 24링깃이나 나왔다. 집에서 큰 아이 학원이 있는 암팡 에비뉴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세명이 버스를 타면 6링깃이 나온다. 버스는 표를 한 번 사면 그 방향의 차는 하루 종일 타고 공짜이기는 하지만 오늘처럼 코스가 다른 경우에는 택시가 더 싸다. 셋이서 암팡 에비뉴까지 가는데 3링깃이면 되기 때문이다. 암팡 에비뉴에서 큰 아이를 내려주고 그 택시를 타고 작은 아이와 함께 암팡 스테이션(LRT)으로 갔다. 선생님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가려해도 주소도, 주변 지형도 모르기 때문에 LRT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암팡 스테이션까지 5링깃이 나왔다.

 

LRT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개인 교습 선생님 집으로 갔다. 크지 않은 집에서 7 식구가 산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선생님은 남편과 아이 셋, 그리고 노부모를 모시고 산다. 아이들은 위로 여자 둘과 막내 사내아이인데 위는 20살, 아래는 17살, 막내가 7살이니 나이 차이가 많다. 아이들이 공부를 무척 잘해 타 온 트로피가 두 개의 진열장에 빼곡했다. 이곳에서는 상(트로피)을 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 걸 두 개의 진열장에 빼곡하게 받아왔으니 자랑할 만도 하다. 말레이시아는 경제도 그렇지만 교육도 중국계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에 가면 중국계와 한국계가 선두를 다투고 인도계가 그 뒤를, 그리고 말레이계가 뒤를 잇는다고 한다. 작은 아이는 내년에 한국에 간단다. 한국 학부모가 초청을 했단다. 매우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선생님도 한국에 갔다 온 적이 있다고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작은 아이가 끝날 때까지 근처에서 기다리다고 아이를 태우고 다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아이를 집 앞에서 내려주고는 다시 리마 칼리지로 향했다. 작은 아이가 끝나는 시간이 12시 반, 선생님한테 오늘 학업과 숙제에 대한 설명 듣는데 20분, 다시 집까지 오는데 20분, 아이 내려놓고 시내를 관통하여 리마 칼리지까지 가려면 택시를 타지 않고는 갈 수 없다. 버스는 거의 30~40분에 한 대 오기 때문에 버스를 기다리면은 늦는다. 리마까지 가는데 13링깃이 나왔다. 그리고 장 보러 가는데 택시요금 5링깃을 썼다. 교통비가 24링깃이니 하루 60링깃으로 생활비를 맞춰 놓은 것에 3/1을 넘는 비용이 교통비로 들어가게 됐다.

 

큰 아이의 불만과 반항

오늘 처음 학원 갔었던 큰 아이로 속이 상해 집으로 돌아왔다. 학원 가기 싫다며 침대에 눕는다.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영어로 수업을 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딸아이를 달래며 그래도 가서 영어 공부를 해야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고 달랬다. 하지만 딸은 신경질만 부릴 뿐이다. 그런 철부지 딸아이를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하지만 화가 난다고 아이한테 화를 낼 수는 없다. 화를 삭이면서 마트에 가 저녁거리와 아침에 먹을 것을 사 왔는데, 와 보니 그때 가지도 누워만 있다. 울화가 치밀기도 하고 아이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이 험한 세상에 하루 공부하고 어렵다고 저렇게 누워있는 아이가 커서 무엇이 되고 어떻게 살까를 생각한다. 내가 아이 교육을 참 못 시켰다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잘 지내고 있는 아이를 외국에 데려와 힘들게 하고 있다는 미안함도 든다. 3개 언어에 힘들어하는 작은 아이, 영어 공부하기 싫다고, 말레이시아가 싫다고 투정 부리는 딸을 보면서 나는 실망과 걱정으로 마음이 착잡했다.

 

삐져서-자고있-딸
삐져서 자고있는 딸아이

 

사 가지고 온 닭과 빵, 주스로 저녁을 준비하는데 큰 아이는 그냥 잠이 들어버렸다. 피곤하기도 하였을 터이니 그냥 자게 두고 작은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보통 저녁은 밥을 해 먹는데 오늘은 그것도 하기 싫어 그냥 닭과 빵, 과일로 대신했다. 다행히 작은 아이는 잘 먹는다. 작은 녀석이 참 고맙다.

저녁을 먹고도 한참 있다가 큰 아이가 깨어 일어났다. 저녁을 먹으려니까 싫다고 한다. 잠이 덜 깨어 소파에 누워 있는 녀석에게 과일 주스를 한 잔 갔다 주었다. 그리고 다시 눕는 아이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지금은 모두 잔다. 보통 10시를 잠자는 시간으로 정해 잘 지킨다. 어제 새벽에 추울 것 같아 천장에 달린 선풍기를 껐더니 온 몸을 모기에게 뜯겼다. 그래서 오늘은 미리 모기약을 치고 에어컨을 틀어 시원하게 한 다음 아이들을 잠자리에 뉘었다. 그리고 아이들 발을 주물러 주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종종 아이들 발을 주물러 주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었는데, 오늘도 작은 아이, 큰 아이의 발을 주물러 주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느낀다. 사랑을. 그리고 내일 다시 학원에 가기로 했다. 어렵지만 보름에서 한 달만 들으면 귀에 들리고 말을 할 수 있게 되리라는 믿음을 주었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스스로 믿으며.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딸은 그 뒤로 많은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어린 작은 아이는 쉽게 그리고 빨리 적응했지만 중 1이었던 딸의 반감은 꽤나 컸습니다. 1년 가까이 반항의 시간을 갖은 뒤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내게 아프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30이 가까이 된 딸은 말레이시아 생활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은 '좀 더 일찍 왔으면 나도 한결이처럼 중국어도 배울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