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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택시와 그랩 2007.12.07)

진두-볼레리 2022. 12. 16. 08:54

말레이시아에서 택시 타기

 

어제 오후에 시작된 비가 지금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시작된 비가 오후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아니라 장대 같은 비가 이렇게 내리니 물난리가 날 것만 같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와 처음 경험하는 큰 비입니다. 비가 내리니 이 사회가 피부로 확 다가오는군요. 참 불편하고 어려운 하루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러 가기 위해 택시를 10분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겨우 잡은 택시도 가까운 암팡에비뉴는 가는데 작은 아이가 공부하는 판단퍼다나까지는 안 가겠다고 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에비뉴에서 내려 큰 아이는 걸어 학원으로 가고 나와 작은 아이는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택시를 타야 했습니다. 가지고 나온 우산을 펴니, 이런 고장 난 거였습니다. 몇 분을 기다리자 빈 택시가 옵니다. 문을 여니 기사가 어디 가는냐고 묻습니다. 판단 퍼다나라고 하자 '15 링깃!' 하더군요. '너무 비싸, 10 링깃!'이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타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5~6링깃 정도 나올 거리입니다. 비가 오고 있으니 더 받아야겠다는 거지요. 그리고 출근 시간대이기도 하고요.

 

어렵게 선생님 집으로 갔는데, 어제오늘은 일이 있어 수업을 못하고 대신 토요일 한다고 했던 걸 깜빡 잊은 겁니다. 난감했습니다. 빗줄기는 매우 세차 졌습니다. 선생님이 고장 난 우산을 보더니 자기 것을 빌려 줍니다. 창피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작은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도로까지는 100여 미터이니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도로에 서서 택시를 기다리는 도통 오질 않습니다. 어쩌다 지나가는 빈 택시는 설 생각도 않고 지나칩니다. 물탕을 튀기면서 말입니다. 10여분을 서 있자니 빈 택시가 하나 섭니다. 어렵사리 잡아 타고 "암팡 자야(암팡 거리)" 가자고 했지요. 이 할아버지 택시기사가 암팡 자야? 암팡 자야? 하면서 자꾸만 물어봅니다. 그렇다고 하니 말레이시아 말로 뭐라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가기 싫다는 것 같습니다. 모른 척하고 앉아 있는데 100여 미터 가더니 차를 세웁니다. "No fee!" 하면서 내리라는 겁니다. 돈 안 받으니 내리라는 거지요. 황당합니다만 어쩝니까. 운전수가 안 간다는데. 작은 아이를 데리고 다시 내렸습니다. 저만치 버스 정류장이 보입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서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보지만 역시 서질 않습니다. 비는 참 무척이나 내립니다. 도로에는 빗물이 고여 지나가는 차들이 빗물을 확확 뿌리고 지나갑니다. 이젠 택시 타기는 포기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조금 가면 LRT역이 나오고 그곳에는 택시가 많으니 거기서 타기로 했습니다. 작은 녀석은 불평도 없이 잘 서서 기다려 줍니다. 나 말고도 몇 명의 말레이시아인들이 있는데 그들도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을 들어보지만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비 내리는 거리에서 30분을 기다려서야 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집에 오니 오전이 거의 가고 말았습니다. 작은 아이는 텔레비전을 보고 난 눕고 말았습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여유를 가지고 낙천적으로 산다는 환상은 서서히 깨지고 있습니다. 오늘 판단 퍼다나로 가기 위해 탄 택시기사는 3가지 일을 한다고 하더군요. 택시기사와 부동산 중개업, 그리고 뭔가를 또 하나 한다고 합니다. 자기는 딸린 식구가 많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다고 말입니다. 승차 거부하는 택시기사, 시내를 120km로 달리고 잔돈도 안 거슬러 주는 택시기사, 급정거에 급출발을 반복하는 버스기사,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사람들...

 

비 오는 오늘, 하루 종일 밖에 있으면서 말레이시아에서는 차가 필수품이라는 다시 절감한 날이었습니다. 출퇴근 시간만 되면 차들로 인해 도로가 터질 것 같은 이유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은 매우 불편하고(환승이 어렵습니다), 택시는 횡포가 심하고 비는 자주 내리고 하니 대부분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지요. 나도 빨리 차를 마련해야겠습니다만 아직 때가 안 되었습니다.

 

어느 사회이든 양면이 있기 마련이죠. 파라다이스는 없습니다. 어느 사회건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공존하기 마련이고요. 이런 것으로 인해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나의 환상이 벗겨지면서 현실감이 오는 게 서글픈 것이지요.

 

그래도 즐거운 일도 있었습니다. 리마 칼리지에 4일 째인데 귀가 많이 트이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한국에서 문법 공부만 해서 쓸모가 없을 줄 알았더니 소용이 있습니다. 듣고 말하는 건 어려워도 읽고 쓰기는 어느 정도 되었습니다. 이제 귀와 입만 트이면 영어를 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겠습니다. 레벨 테스트도 잘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참 오늘 큰 아이 생일입니다. 오늘 초콜릿 케이크를 사 오기는 했는데, 초가 다 떨어졌다는군요. 저녁에 성냥개비를 꽂아두고 생일 축하를 해주어야겠습니다. 선물을 뭘 사줘야 할지 모르겠군요. 첫날은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더니 이제는 잘 갑니다. 갔다 와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한국 아이들이 많이 가는 국제학교 말고 생각해 두었던  무티아라 국제학교에 가라고 했더니 그곳에 목표를 두고 열심히 합니다. 고맙게도요.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그 때에는 택시 잡기 위해 애를 썼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현재는 '그랩(Grap)'을 사용하면 됩니다. '우버'나 '카카오택시'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편합니다. 일반인들지 자가용을 이용하여 운송업을 하기 때문에 외진 곳이 아니라면 10 분 안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격 또한 크게 비싸지 않습니다. 15km의 거리를 20 링깃 남짓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핸드폰에 '그랩' 앱을 깔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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