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alaysia-life.tistory.com/googleda2e2cfdeffc91a7.html 말레이시아 이주기(하루 일상 200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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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하루 일상 2007.12.10)

진두-볼레리 2022. 12. 16. 12:27

말레이시아에서의 하루 일상

일요일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너무나 좋습니다. 아이들 공부시키느라 서둘지 않아도 되고, 택시 타느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이리저리 걷지 않아도 되니까요.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밥 먹고, 천장에 달린 팬 아래 드러누워 적도의 더위를 만끽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저녁은 아이들에게 갈치구이를 해주었습니다. 집에서 많이 먹었었지요. 은갈색 갈치를 프라이팬 위에 노릇하게 굽습니다. 하얀 접시에 올려놓으면 서로의 젓가락이 부딪히죠. 오늘 마트에 갔더니 포장된 갈치가 있는 겁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망설임 없이 바구니에 담았죠. 맛도 우리 것과 별 차이가 없더군요. 한 마리가 여러 토막으로 담겨 있는데, 오늘은 세 토막만 구워 먹었습니다. 두부도 튀겨주었습니다. 카드 크기보다 좀 작은 크기의 두부를 봉투에 담아 팔더군요. 그걸 사다가 반으로 쪼개 프라이팬 위에 기름을 붓고 지졌습니다. 이 또한 우리가 많이 먹는 것이지요. 간장을 찍어 먹었습니다. 근데 상했습니다. 사 가지고 와 비닐을 여는데 쉰내가 확 풍겼습니다. 그래도 겉에만 쉬었으려니 하고 물에 씻어 튀겼는데도 쉰내가 나더군요. 반은 먹고 반은 버렸습니다. 아까웠습니다. 국은 배추(정확히는 배추는 아닌, 그런 비슷한)국을 끓였습니다. 냄비에 물을 붓고, 그 배추 비슷한 야채를 넣은 감자도 하나 썰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된장을 풀고, 고추장도 약간 풀었습니다. 된장만 넣으면 좀 밋밋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조미료를 좀 넣고, 간장과 마늘을 다져 넣었습니다. 처음에는 센 불로, 끓고 난 다음에는 약한 불로 달였죠. 맛있습니다. 평소 요리를 안 해보았는데, 이곳에 오니 그럭저럭 끓여먹게 됩니다. 

 

어제는 아이들에게 백숙을 해주었습니다. 이곳은 닭이 거의 주식처럼 소비됩니다. 이슬람 사회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국민의 10%가량이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이기 때문에 그들은 또 소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마트에 가면 소고기를 포장해서 팔기는 합니다. 하지만 소고기는 국을 끓이거나 그냥 팬에 익혀서 소금 기름 찍어 먹는 것 외에는 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어제는 닭백숙을 해주었습니다.

 

닭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쳤습니다. 핏물과 함께 잡냄새를 제거합니다. 닭 안에 쌀과 마늘을 넣은 다음 압력밥솥에 푹푹 삶았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릇에 국물을 담고 그 안에 닭살을 찢어 넣어주었지요. 소금을 넣지 않고 끓였기 때문에 고기가 좀 싱거웠습니다. 그래서 찍어 먹을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보통은 소금에 깨소금 넣어서 찍어먹는데 나는 고추장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이건 순전히 즉흥적으로 만든 건데 아이들에게 완전 점수 땄습니다. 종지에 고추장을 넣고 간장과 설탕과 물을 약간 넣고 수저로 저어 풀었습니다. 소스에 닭살을 찍어먹으면 매콤하면서 새콤하면서 달콤했습니다. 국물도 진하면서 담백하여 아이들도 좋아했습니다. 

 

내일부터 또 한 주가 시작되는군요. 지금은 비가 오고 있습니다. 낮에는 뜨겁게 햇볕이 내렸는데 오후부터 비가 내리더니 추적추적 비가 내립니다. 내일은 또 작은 아이와 함께 '판단 퍼다나'로 가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내일부터 그 선생님 댁의 작은 아이에게 내가 한글을 가르치기로 하였습니다. 먼저도 한 번 소개하였지만 그 집에는 딸이 둘이고 아들이 하나입니다. 아들이 막내로 올해 7 살이고, 위로 누나인데, 작은 누나가 17 살, 큰 누나가 20 살입니다. 그중 작은 누나가 한글을 배우기로 하였습니다. 두 자매 모두 배우고 싶어 하는데 큰 누나는 곧 공부 때문에 지방으로 가야 한답니다. 그래서 작은 아이만 배우기로 했습니다. 둘 다 내년에 한국에 간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그 아이들은 중국어는 물론이고 영어와 말레이어도 잘합니다.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영어로 말해야 하고 영어로 들어야 하니 내게는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나는 아주 좋은 친구와 가족을 사귀는 것이지요. 이 사회는 많은 중국인들이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친구가 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겠지요.

 

말레이시에 온 지 벌써 20 일이 되었습니다. 처음 시간이 안 가는 것처럼 느껴지더니 이제는 하루가, 일주일이 금방 가버립니다. 다음 주만 지나면 한 달이라는 시간을 말레이시아에 보내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점점 시간을 빨라질 것입니다. 이곳에 적응하여 새로운 모습들이 줄어들면은 비례하여 시간은 빨라질 것입니다. 아마도 또 그만큼 나의 생활도 익숙해지겠지요. 이렇게 생각하니 산다는 게 결국은 비숫한 것 같습니다. 장소와 대상만 바뀔 뿐 늘 그런 흐름, 그런 환경에서 살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래도 난 아직 흥미롭습니다. 아마도 이곳 사람들과 의사가 완전히 소통되지 않기 때문인가 봅니다. 의사소통이 완전하지 않다는 게 나쁜 건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때문에 서로에게 신비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난 아직 이곳에서 이방인이고, 또 이곳 사람들은 내게 낯선 외국인인 거지요. 그건 아직도 서로가 알아야 할 게 많다는 걸 의미하지 않습니까. 연애를 하듯, 서로를 탐구하고 알고 싶어 하고, 신기해하는 순간은 흥분이 있고 즐거움이 있습니다. 언어로만 따진다면 한 일 년은 이런 상태가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때가 되면 이러한 이주기도 시들해지고 말 것입니다. 늘 보는 것들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게 되면 할 말도 없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블로그를 계속해 이어나갈 것입니다. 나는 아직도 할 말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말하여야 할 나이이기도 합니다. 그건 부끄러운 고백이 될 수도 있고, 삶의 공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 주관적이 아니라 객관이 되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삶 말이지요.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아내가 오기 얼마 전의 일인 것 같습니다. 두 아이와 함께 매일 끼니를 해결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더군요. 한 달 밖에 안 되었는데도 많이 적응하여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경제는 해결되기 전이었습니다. 가진 돈을 야금야금 까먹고 있는 중이었지요. 그렇게 살다 보면 길이 나올 것이란 믿음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옳았습니다. 살 길을 찾기는 했으니까요.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