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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쉽지 않은 아이들의 교육 2007.12.11)

진두-볼레리 2022. 12. 16. 13:15

쉽지 않은 말레이시아에서의 아이들 교육

 

오늘은 작은 아이 교육 문제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침에 아이를 데려다주면서 선생님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보통은 아이만 들여보내고 나는 근처 식당에서 공부를 하는데, 지난주 이 집 작은 딸, 윙에게 하루 한 시간씩 한국어를 가르쳐 주기로 하였기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 윙이 내려오고 공책에 '가, 나, 다, 라...'를 공책에 쓰고 따라 읽게 하였습니다. 윙은 무척 영민한 아이입니다. 금방 따라 하고 한글 아래 영어 발음을 적어 넣어 혼자 읽기도 합니다. 그런데 윙이 알고 싶어 하는 건 '가나다라'가 아니라 '안녕하세요'나 '내 이름은 윙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내년에 한국에 가기 때문에 가서 하고픈 말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한글과 말을 가르치면서 우리 작은 아이를 보았습니다. 공간이 좁아 같은 거실에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아이는 앉자마자 하품을 하기 시작했고, 대답하는 목소리나, 책을 읽는 소리가 매우 작았습니다. 작은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늘 자신감 있었고 아는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 한꺼번에 3개 국어를 배우다 보니 모두 다 모르는 것뿐일 것입니다. 이게 작은 아이를 주눅 들게 하고 자신 없게 하였던 것입니다. 나는 윙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도 우리 작은 아이에게 눈이 갔습니다. 숙여진 고개와 작아진 목소리가 자꾸 내 목젖에 와 걸렸습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윙에게는 하루 한 시간만 가르치기로 하였기 때문에 나는 먼저 나와 그 식당으로 갔습니다. 자리는 늘 밖에 놓인 원탁 테이블입니다. 책을 꺼내놓고 보고는 있었지만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비가 내렸습니다. 앉아서 내리는 비를 보았지요. 한국에서의 비는 담백한데 이곳의 비는 왜 이리 텁텁하고 끈적한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비 오는 날이면 이렇게 처마 끝에 앉아 빗소리를, 빗방울이 튀어 오르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했는데, 이곳의 비는 나를 우울하게 했습니다.

 

비로 보며 지금도 무릎 꿇고 작은 책상 위에서 공부하고 있을 작은 아이 생각이 났습니다. 하루 2 시간의 공부가 녀석에게 얼마나 힘든 시간일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이 막혀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런저런 궁리를 하였습니다. 암팡포인트 근처의 학원을 다니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월까지는 이곳에서 공부하고 내년부터 학원을 다니면 여럿이 함께 공부하니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앉아있었습니다.

 

공부를 끝낸 작은 아이를 데리고 택시를 탔습니다. 함께 뒷자리에 앉아 집으로 가는데 내 다리를 베고 눕습니다. 그런 녀석의 머리카락을 쓸어주었습니다. 비 오는 날 에어컨에서 쏟아지는 찬 바라람에 소름이 돋은 아이의 맨살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모기에 물려 난 흉터가 살갗 위에 얼룩져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영어책 두 쪽을 세 번씩 쓰라고 했습니다. 어려울수록 열심히 해서 고비를 넘겨야겠지요. 지친 아이에게 오자마자 공부를 시킬 수는 없어 TV에서 나오는 만화 영화를 보면서 좀 쉬었다가 하라고 이르고 나는 리마 칼리지로 갔습니다.

 

리마칼리지의 강사가 오늘도 안 나왔습니다. 몸이 아프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연락을 받고 안 나왔는데 나와 다른 한국인 한 사람만 나왔습니다. 내 전화번호는 끝자리를 잘못 적어서, 또한 사람은 전화번호를 안 적어서 휴강인 걸 모르고 나왔던 겁니다. 이틀을 허탕을 쳤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잘되었습니다. 암팡포인트 근처의 학원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금 작은 아이의 수업료는 월 2,000링깃입니다. 우리 돈으로 60만 원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무척 높은 금액입니다. 이곳의  노동자 한 달 봉급이 넘습니다. 네팔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가 식당에서 일해 한 달에 버는 돈이 20만 원이라고 하는데(그 외에 숙식제공 등 어떤 조건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에 비교한다면 무척 많은 돈이지요. 거기에다가 오며 가며 들여야 하는 택시비가 300링깃가량 되니 큰 비용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학원을 다니는 것도 만만치 않더군요. 큰아이가 다니는 랭귀지 스튜디오에는 영어와 중국어를 하는데 4~5 시간 공부에 한 달 1,600링깃이 듭니다. 말레이시아어는 빼고 중국어와 영어만 배우는 겁니다. 또 다른 한 학원은 시간당 50링깃이라 합니다. 하루 3 시간 공부하면 150링깃이고 한 달이면 3,000링깃입니다. 지금은 영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와 수학까지 하고 있습니다. 어떤 게 좋을지 아직 결론이 안 납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을 먹고 낮에 내준 숙제를 했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내준 숙제 하느라 깜빡 잊고 안 했다는 겁니다. 그럼 저녁을 먹었으니 좀 쉬었다가 하라고 했지요. 아이들은 보통 9시까지 공부하다가 10시까지 만화영화를 보고 잠자리에 듭니다. 9시가 넘어 TV를 보고 있기에 내준 숙제를 했는지 보았더니 안 한 겁니다. 화가 울컥 치밀어 오르더군요. 왜 안했냐고 했더니 또 까먹었다는 겁니다. 거짓말이지요. 두 번이나 까먹고 안 할 리가 있겠습니까. TV를 끄게 하고 숙제를 하라고 했습니다. 11시까지 숙제를 하고는 이제 잠이 들었습니다.

 

잠자리에 들려는 아이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영어나 말레이시아, 중국어를 모른다고 너무 기죽지 말라고 다독거려주었습니다. 어린아이가 처음 말을 배우기 위해서 수백 번, 수천 번을 반복해야만 배울 수 있는데, 이제 처음, 그것도 3개를 동시에 배우는 네가 잘 못하는 게 당연한 거니까 기운은 내라고 했지요. 네가 못난 게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말은 해주었지만 내일 또 선생님 앞에 앉으면 또 풀이 죽을 것인데... 이 고비를 잘 넘겼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 이주에서 어려웠던 두 가지의 문제는, 경제와 교육입니다. 먹고사는 문제와 아이들 교육이었지요. 아이들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른 교육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주어진 길을 따라가면 되었을 것을 우리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바탕을 새롭게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영어와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었지요. 그것이 해결되어야 학습이 가능했으니까요. 지금이야 모두 졸업하여 일을 하고 있으니 지나간 일들이지만, 그때는 참 힘든 일이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잘 참고 따라주고 이겨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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