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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노른자부터 아님 흰자부터? 2007.12.11)

진두-볼레리 2022. 12. 17. 00:00

아이들과 행복한 하루를

 

오늘 아침은 빵과 베이컨, 주스, 그리고 계란 프라이를 먹었습니다. 보통 저녁은 밥을 먹고 아침은 빵을 먹지요. 한국에 있을 때는 아내가 아침에도 밥을 차려주었는데, 여기에서는 아참에 반찬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없더군요.

 

아침을 먹는 중 작은 아이가 누나에게 묻습니다.

"누나는 왜 계란 프라이를 흰자부터 먹어? 난 노른자부터 먹는데."

작은 아이는 숟가락으로 노른자를 콕 찔러 흘러내리는 노른자를 떠먹습니다. 하지만 큰 아이는 젓가락으로 흰자를 떼어내어 먹고 동그랗게 남은 노른자를 터트리지 않은 채 입 속에 쏙 넣습니다. 둘이 먹는 방법에 차이가 있었던 거지요.

"난 노른자가 좋아서 맨 나중에 먹으려고 그래." 큰 아이가 말했습니다.

 

둘이 그런 대화를 하니 갑자기 생각나는 이야기 있었습니다. 감나무 이야기입니다. 감나무에 100개의 감이 달려 있고, 그 100개는 제일 좋은 것부터 가장 나쁜 것까지 순위가 있다. 하루에 하나씩 감을 먹는다면 당신은 제일 좋은 것부터 먹을 것이냐, 아니면 가장 나쁜 것부터 먹을 것이냐, 하는 이야기이지요. 이 이야기를 둘에게 해주었더니 큰 아이는 좋은 것부터, 작은 아이는 나쁜 것부터 먹겠다고 합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 질문의 의미를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가장 좋은 것부터 먹는 사람은 100개를 다 먹을 때까지 그 감나무에서 가장 좋은 감만 먹는 것이고, 가장 나쁜 것부터 먹는 사람은 항상 나쁜 것만 먹게 되는 것이라고요. 그리고 덧붙여 인생도 그러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나쁜 것부터 먹어가다가 가장 좋은 것을 나중에 먹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이다, 그중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는 그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말입니다.

 

이곳에 오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영어나 중국어 등 언어를 배우기 위해 옵니다. 큰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 12명이 있는데 그중 우리처럼 이주를 목적으로 온 아이는 우리 아이밖에 없다 합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다 한국으로 돌아갈 아이들입니다. 내가 만난 한국 사람들 중에는 마치 외국어 습득이 공부의 목적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블로그 초기에 현장 답사기에도 쓴 적이 있습니다. 외국어는 단지 기능일 뿐이지 그 자체가 교육의 전부는 아닌데, 아이가 외국어에 능통하면 교육의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한국의 교육이, 특히 고등학교 교육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내가 본 고등학교 교육은 감옥과 같았습니다. 아이들을 교실에 몰아넣고 오직 시험만을 준비하도록 강요하는 감옥이지요.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체제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대학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요. 내가 외국으로, 그리고 말레이시아로 오기로 결심한 이유 중에 하나도(한 30% 정도) 아이들 교육이었습니다. 사전 답사 차 갔던 국제학교의 교실에 있던 그 아이들의 표정은 참 밝고 진지했습니다. 난 우리 아이가 저런 교실에서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모든 것을 가르쳐 주지는 않습니다. 한국이든 말레이시아든 말입니다. 중요한 인성 교육은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오늘 아침에 두 아이가 계란 프라이를 먹으면서 나누었던 대화는 참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노른자를 먼저 먹느냐 흰자를 먼저 먹느냐 하는 간단한 것이었지만 거기에는 철학이 있었던 것이지요. 철학? 그거 뭐 별거겠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를 생각하는 게 철학이지요.

 

난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만이 전부라고 가르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방향이 아니겠습니다. 어떤 삶이 행복한 것인지를 알아야만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방향 없는 삶은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해도 올바른 길을 갈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그런 걸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그건 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자주 질문을 던져 주는 것이 곧 교육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 있는 개미와 말레이시아에 있는 개미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돼지는 배만 부르면 행복하게 자는 데 그게 과연 행복한 것이냐? 누나와 동생 중 누가 더 유리할까? 등등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주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건 교육학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는 교육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질문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인생을 길게 보면 영어를 배우고 중국어를 배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죠. 근데 조금 중요하긴 하더군요. 여기 와서 아이들이 고생하는 걸 보니.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위의 글도 다시 옮기는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지금에 읽어보면 내가 오만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부끄럽습니다.

우선 영어는 필요합니다. 영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더군요. 지식을 담아내는 그릇 같은 것인데 그릇이 없으면 좋은 음식도 담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교육을 부정적으로 본 것도 반성합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 교육을 통해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었고, 문화 강국이 된 것 아니겠습니다. 인성을 이야기하고 가정교육을 논한 것을 반성합니다. 

 

계란후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