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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위험 했던 순간 2007.12.14)

진두-볼레리 2022. 12. 17. 21:47

말레이시아에서 현지인을 함부로 따라가면 안됩니다

 

어제 집 문제로 현지의 *인디언 택시 기사를 만났습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암팡포인트 육교 아래서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약속보다 늦은 밤 10시에 도착하였습니다. 생각해보니 늦은 밤에 말레이시아 거리에 나와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동네 가게를 다닌 적은 있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어디를 가기 위해 밖을 나선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를 기다리며 버스 승차장 의자에 앉았습니다. 내 옆에도 여러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다양한 인종이었습니다. 말레이, 인도, 중국계 뿐 아니라 아랍계와 다른 동남아 사람들도 보입니다. 

 

전날, 나는 한국인으로부터 섬뜩한 이야기를 들은 터였습니다. 암팡이라는 곳,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핸드폰이나 가방을 날치기하는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아이 목에 걸린 핸드폰을 날치기하여 아이가 다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줄을 목에 걸고 있는데 그 줄을 채어가면 아이는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칩니다. 은행에서 나오는 여자의 핸드백을 날치기하는 것은 다반사라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뒤라 나는 갖고 있는 가방을 가슴에 안고 웅크린 채 그를 기다렸습니다. 

 

한국에서는 그 사람의 복장이나 태도를 보고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불량하다 싶으면 피하면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겉모습을 보고 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니 내겐 그 순간 옆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경계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 불안은 내가 한국에 있을 때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이었습니다. 그 경험은 말레이시아의 어두운 면이었고, 그것은 나를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그가 왔습니다. 인도계 말레이시아인 그의 이름은 '아난드'입니다. 쓰리잡(three jobs)을 가지고 있다 합니다. 만나서 가까운 식당에 가 그는 저녁을 먹고 나는 수박주스를 먹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그는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말이 많았습니다. 영국에서 법률 공부를 했었는데 돈이 없어 포기하고 돌아왔다 합니다. 그리고 한 때는 다이아몬드 딜러를 하여 큰돈을 벌었는데 문제가 생겨 다 날렸다고 합니다. 결혼은 두 번했는데 다 실패하였다고 하더군요. 

 

그를 만나고 있는 시간이 그리 즐겁지 않았습니다. 어제 들은 이야기로 말레이시아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상태여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그와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듣고 그를 따라갔습니다. 그가 소개해 줄 집을 구경하기 위함이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어떻게 해서든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는 더 배우고 부딪혀 보려 했습니다. 빨리 이 사회에 적응하여 삶의 터를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제도 그를 만나면서 좀 무섭기도 했습니다. 이전에 그를 만난 장소는 택시 안이었습니다. 그는 내가 돈 많은 한국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를 어디로 끌고 가 폭행을 하고 돈을 빼앗으려 하거나 감금하고 협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던 거지요. 그런데 어제 밥 먹으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사람은 과장은 할지 몰라도 폭력을 쓸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만났습니다.

 

그의 택시를 타고 '왕사마주'라고 하는 곳 근처의 곰박(COMBAK)이라고 하는 곳을 갔습니다. 암팡 포인트에서 막히지 않는 길을 택시로 30분이나 가야 했습니다. 암팡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습니다. 

 

한참을 달려 그는 중국인과 말레이, 인도계가 모여 사는 곳에서 차를 세웠습니다. 들어가면서부터 경비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보니 그가 이곳에서 낯선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수영장과 테니스장이 있기는 하지만 매우 작고 초라해 보였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이 콘도가, 이 지역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발길을 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왔으니 다 보고 가야 했고, 또 그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습니다. 

 

내가-보았던-말레이시아-주택
                                                                       방에 있는 침대와 소파 등

 

그는 계속 내게 '빅 하우스!, 빅 하우스'를 외칩니다. 하지만 나는 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방 문을 열자마자 역한 냄새가 확 풍겨왔습니다. 사람이 오래 살았지만 청소하지 않은, 빨래하지 않은 그런 냄새, 여름에 오래된 수건에 사는 그런 냄새가 방안 가득했습니다. 아난드는 '빅 하우스, 베리 나이스'를 연발합니다. 나는 고개만 끄덕일 뿐입니다. 

 

 

내가-보았던-말레이시아-주택
                                                                                      화장실 겸 샤워실

 

 

내가-보았던-말레이시아-주택
                                                               낡은 침대와 오래된 메트리스 

 

방이 모두 3개였는데, 그중 두 번째 방입니다. 침대도 낡았고 바닥도 정말 낡았습니다. 그 외 가구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인터넷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보았던-말레이시아-주택

작은 방입니다. 침대 하나 놓으면 꽉 찰 방입니다.

 

내가-보았던-말레이시아-주택

 

거실입니다. 소파가 많이 낡았습니다. 여기에서도 냄새는 많이 났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집을 볼 때는 방충망이 잘 되어 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여기서 방충망은 필수(한국인들에게는)입니다. 그런데 이 집은 방충망이 없었습니다.

 

내가-보았던-말레이시아-주택

부엌입니다. 작고 낡은 가구와 작은 싱크대 하나입니다.

"Nine hunddreds!!" 처음 700링깃이라던 집 세는 갑자기 월 900으로 뛰었습니다. 900이면 월 30만 원 정도입니다. 그동안 다녀 본 다른 집에 비하면 많이 비쌉니다. 인디언 친구는 내가 꽤 어리숙해 보였나 봅니다. 그는 반드시 세를 놓고야 말겠다는 듯 '빅 하우스, 베리 나이스!'라고 외칩니다. 

 

이렇게 집을 보고 나오는데 그가 자기 집을 보여주겠다고 합니다. 그도 이 단지 안에 살고 있었던 거지요. 그라운드 층에 있는 그의 집은 정말 작았습니다. 그의 집을 보니 그가 외 '빅 하우스!'를 외쳤는지 알겠습니다.

 

들어가면서 부엌 한 칸, 그리고 침실 한 칸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인도계 여성과 작은 소녀가 있었는데, 부인은 아니고 여자 친구라고 합니다. 소녀는 딸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그의 집 역시 냄새가 배었습니다. 부엌에는 빨지 않은 빨래가 널려 있고, 침대 위에는 때 전 매트리스가 놓여있습니다. 여자 친구와 소녀는 그 커다란 눈으로 나를 신기한 듯 바라봅니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그는 내게 300링깃을 요구합니다. 아이 학비를 내라고 은행에서 온 문자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학비가 밀렸으니 내라고 하는 독촉 메시지 같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오늘 300링깃이 필요하니 달라는 겁니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집을 얻을 때까지 집을 보여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난 오늘 가지고 온 게 100 링깃 밖에 없으니 그걸 주겠다. 나머지는 더 필요하면, 내가 집을 보기를 더 원하면 내일 주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100 링깃 정도는 주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도 자기 영업을 포기하면서 나를 데리고 갔으니 그에 대한 보상은 해주어야지요. 100 링깃이면 그에게도 또 나에게도 적은 돈이 아닙니다. 암팡포인트의 은행에 데려다줄 터이니 돈을 찾아서 달라고 합니다. 집요한 그에게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졌습니다. 가지고 있는 100링깃짜리 지폐를 넌 내주고는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인도계 사람을 '인디언'이라 부릅니다.

*지금에 생각하면, 택시 기사인 그를 따라간 것은 크게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납치나 협박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또 지금 생각하면, 그가 보여준 집이 내 입장에서 낡고 더러운 곳이었지만, 오래 생활하고 깨달은 것인데, 그들 입장에서는 좋은 집이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문 없고, 안과 밖의 구분이 안 되는 방에서 잠을 잡니다. 맨발로 다니고, 맨발로 집에서 생활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2022년) 다녀온 필리핀도 그런 생활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집은 '빅 하우스, 베리 나이스'일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