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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말레이시아 가기 위해 사표를 던지다 2007.11.09)

진두-볼레리 2022. 12. 14. 23:36

공무원을 그만 둔다고?

지난주 사표를 냈습니다. 회사 분들이 많이 놀랐습니다. 뜻밖이라서 그걸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말레이이사 이주라는 것에 많이 의아해했습니다. 누구는 용기 있다고 했고, 누구는 미쳤다고 했습니다.

 

다음 주까지 근무하기로 했는데 일정이 꽉 잡혀있습니다. 그동안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과 저녁 약속을 잡아 놓았기 때문입니다. 술을 마시면 이런 글을 쓸 수 없기에 오늘 최종 마무리를 하고자 합니다. 몇몇 분들이 나의 결정을 보고 도움과 용기를 얻었다고 하였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니는 건 기쁘고도 행복한 일이더군요.

 

나도 내가 외국에 가 살게되리라는 걸 알지 못하였습니다. 정말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나는 한국이 좋았고 한국을 사랑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갑자기 이 사회가 싫어졌다거나 이 나라에 염증을 느껴 떠나려는 건 아닙니다. 단지 변화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내 인생의 변화 말입니다. 한 직장에서 10여 년을 생활했고, 그 생활을 60 가까이해야 한다는 것에 숨이 막혔습니다. 그냥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간다고 자위를 하며 위기를 넘기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이번에 그것이 결국 폭발하고 만 것입니다.

 

벗어나고자 했는데 그 방향이 어디냐를 놓고 고민하였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쥘 수 있는 돈은 매우 적은 것이었고, 그것으로는 동네에서 치킨집 정도 밖에 시작할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난 괜찮습니다. 치킨집을 하든 분식집을 하든 어느 정도 장사만 된다면 난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도 내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직장 뛰쳐나가 겨우 닭이나 튀기고 있다는 손가락질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았고, 나 자신도 그런 눈길을 견딜 자신이 없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행복은 홀로 가슴속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주위의 눈과 입이 함께 해주어야 하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답이 없다면 외국으로

하여 나는 차라리 이 기회에 외국으로 가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국제화 시대라는 걸 입에 올릴 필요도 없이 이제는, 그리고 미래는 더욱 더 글로벌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비행기로 몇 시간 거리는 이제 그리 먼 거리가 아닙니다. 비행기라는 것, 국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거리감을 줄 뿐이지 별로 먼 거리가 아닙니다. 그런 거리를 뛰어넘으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삶에 지쳐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내 눈을 빛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멋지게 사표내고 비행기를 탄다 하여 내 앞에 양탄자가 깔린 것은 아닙니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처음부터 닦아야만 합니다. 서툰 영어, 짧은 지식, 적은 자금으로 시작하여야 하는데 낯설고 물선 나라에서 쉽지 않은 모험이 될 것입니다. 외국에 가 산다고 언어가 저절로 익혀지는 것 아닐 것입니다. 물가가 싸다고는 하지만 벌이가 없다면 가진 것 바닥나는 건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아이들과 아내 역시 내 기대만큼 잘 적응해 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 어느 것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우리 가정은 큰 고통 속에 빠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야 한다면 그 생활은 비참 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난 지금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걱정은 커녕 어서 빨리 가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데 말입니다. 저는 말레이시아에 집도 없고 직장도 없고 친척도 친구도 없습니다. 아는 것이라고는 5일 동안 사전 답사하면서 만났던 몇 분과 KL 시내의 거리밖에 없습니다. 이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지루했던 삶에서 벗어난다는 기쁨에서 오는 것인지, 아님 내가 물정을 몰라 그러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는 삶을 대하는 하나의 자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건 어느 사회이건 사람이 사는 사회라는 것이지요.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정치나 문화나 종교 등등이 달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진실이지요. 내 사기칠 생각 없고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고 거짓과 위선으로 명예를 탐하지 않는 다면 어디 가서 든 내 작은 삶의 울타리를 만드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나는 공무원이었습니다. 군청에서 10년 넘게 행정직으로 근무했습니다. 이것을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아내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아내가 주워 담는 물건이 담긴 가트를 끌며, 아내를 뒤따라 갈 때, 정말 행복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이 주는 행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포기하고 허허벌판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숨 막히는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사표를 냈고, 말레이시아로 날아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건방지고 조금은 어리석은 결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성공하지 못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가기 전의 삶보다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당신에는 공무원 생활을 벗어나는 게 절박했기에 뒤돌아보지 않고 결정하였습니다. 

 

가평군청-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