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로 아내가 온다
아내가 말레이시아로 옵니다. 아내는 지금 한국의 어린이집에 있습니다. 어린이집 졸업식이 2월 말이라서 그때까지 있기로 하였는데, 중요한 평가가 지난해 말 끝났기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말레이시아 생활에 합류하기로 하였습니다.
아내도 이곳에서 무언가를 일을 하기 이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네일아트를 배우려 했습니다. 이곳에서 나 혼자 생활해서는 경제적인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인데 말레이시아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을 겁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맞는 일거리를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네일아트는 미용실 안 작은 공간에서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니 배워오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내가 도넛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많은 시간을 쿠안탄에서 지내야 합니다. 고속도로로 3시간 걸리는 거리이니 출퇴근은 불가능하고 주 1, 2회밖에 올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니 아내가 이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아내는 재료비 1백만 원 4개월치 학원비까지 하여 총 2백 몇십만 원을 등록하였지만 학원비는 한 달 치를 제하고 나머지는 돌려받고 재료비는 사용했으니 포기하고 들어오기로 하였습니다. 도넛 사업이 조금씩 진행은 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시작되리고 예상 못했기 때문에 조금의 손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아내를 데리러 한국에 갑니다. 오늘 출발하여 16일 아내와 함께 돌아옵니다. 그런데 급하게 아내의 자리까지 예약하려고 하니 빈자리가 없습니다. 방금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기는 했는데 자리가 날 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엄마가 온다고 하니 무척 좋아합니다. 나 역시 무척이나 좋습니다. 이제야 우리 가정에 제 자리를 찾게 될 것이니까요. 내가 해 왔던 작은아이 공부나 빨래나 밥, 청소등은 아내가 해주고 나는 경제 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걱정도 됩니다. 아내가 말레이시아의 기후와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나는 사전답사도 하고 미리 준비를 하였지만 아내는 처음 오는 것입니다. 오로지 내 판단과 결정만 믿고 오는 거지만 기후와 환경은 개인적 기호와 성격에 따라 호불호에 차이가 있으니, 이곳의 환경에 적응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합니다.
또 다른 걱정은 언어입니다. 나도 그렇지만 아내도 영어를 거의 못합니다. 언어가 안 된다는 건 단순히 생활의 불편함이 아니라 소외감, 무료함, 답답한, 우울함 등 여러 가지 심리적 갈등을 유발할 것입니다. 몇 명이 모인 자리에서 영어로 대화될 때, 그곳에 끼지 못하는 소외감과 무력감은 참 우울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미운 게 아니라 나 자신의 부족함이 부끄럽고 우울한 것이지요. 영어를 못한다는 건 분명 잘못도, 부끄러운 것이 아닌데도 그런 기분이 듭니다. 아내도
언어로 인한 또 다른 문제는 아이들 교육입니다. 아이들은 이미 이곳에서 영어를 비롯한 중국어와 말레이어를 시작하였습니다. 아내가 이곳에 와서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아이들의 교육을 제대로 봐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피나는 노력이라는 것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속도는 어른들이 따라가기 벅찬,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불가능합니다. 먼저 시작했어도 곧 따라 잡힐 것이건만 늦게 시작하면 차이가 나는 건 명확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 오면 숙제검사는 어떻게 하고, 공부는 어떻게 시키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그것들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하기는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할 심리적 부담과 사소한 것에서 받을 상처들을 생각하면 좀 답답합니다.
사회생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내는 결혼 후 지금까지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해 왔습니다. 우리에게 있어 일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었고, 그것이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일을 가짐으로써 얻는 게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아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해 왔던 일이 있기에 이곳에서 아무 일이나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보수나 일의 내용이 맞아야만 하는데 과연 그런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곳에 와서도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언어와 함께 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아 익히고 경쟁력을 키워야만 하겠지요.
그래도 아내가 온다고 하니 참 좋습니다. 가족이 헤어져 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이제 우리의 말레이시아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나 봅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2008년 그렇게 사업을 시작하고 아내도 말레이시아로 왔습니다. 쿠안탄으로 이사하여 아이들 학교 다니고 나는 사업을 하였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겨내고 잘 살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기도 합니다. 좀 더 현명한 판단과 행동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후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