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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아내의 합류 3, 2008.01.17)

진두-볼레리 2022. 12. 22. 19:05

말레이시아 이주를 위해 모든 것을 정리하다  

어젯밤 아내와 함께 말레이시아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번 여행은 싱가포르를 경유하여 왔습니다. 경유하게 되면 항공권 값이 싸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 공항에서 말레이시아행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몸이 자꾸 가라앉더군요. 졸음 때문이기도 하고 피로 때문이고 했습니다.

 

한국에서의 일정은 너무나 바빴습니다. 돌아오면서 다 처리하지 못한 일들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아직도 인사를 다 못 드린 친척들과 아는 분들이 계시고, 서 류정리도 다 끝내지 못했습니다. 많은 짐을 싸 배편으로 부치고 나서 집 청소 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오기 전 집을 처분했기에 모든 짐을 빼야만 했습니다. 

 

못다 처리한 한국의 생활들

나는 매우 급하게 말레이시아행을 결정했습니다. 지난 9월 말에 말레이시아 이주를 생각하고 10월에 사전 답사, 11월에 아이들과 함께 출국, 그리고 1월에 아내와 함께 말레이시아로 왔습니다. 아이들 교육 시기에 맞추기 위해 서둘렀는데, 서두른 부작용이 이번 한국여행 때 나타났습니다. 보험문제, 자동차 이전, 은행 정리, 주민등록 등 관공서와 관련된 문제들, 소유권 관계 등등을 한 번에 처리하려니 매우 어려웠고, 결국 다 해결하지도 못했습니다. 이곳에서도 처리 가능한 것들은 그렇게 하고, 꼭 한국에 가야만 하는 일들은 또 미뤄둘 수밖에 없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싱가포르를 경유하여 말레이시아까지는 10시간가량 걸렸습니다. 이 긴 시간 동안 아내와 나는 별로 말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도 수다스러울 정도로 말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 이번엔 특히 서로 간에 말이 없었던 건 생각이 많아서였습니다. 아내는 이제 완전히 한국을 떠나는 것입니다.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두고 온 친청 어머니 생각을 하였겠지요. 헤어진 친구들 생각을 하였겠지요. 다니던 어린이집을 생각하였겠지요. 두고 온 살림살이를 생각하였겠지요. 그렇게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면서 가끔 눈물을 훔치기도 하였습니다.

 

말레이시아 이주 2 달만의 온가족 재회

아내와 아이들이 만난 건 아이들을 맡기고 간 게스트하우스였습니다.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에 머물렀던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준 것입니다. 나중에 그 집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하여야겠습니다. 너무나 고마운 분이십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에 가 있었습니다. 잠시 마당에서 기다리니 작은 아이가 차를 타고 왔습니다. 아내는 작은 아이를 가볍게 안아주었습니다. 눈물 흘리는 감동의 상봉은 아니었지요. 마치 며칠 여행 갔다 온 아이를 맞이하는 엄마처럼 그렇게 '잘 있었어?'가 전부였습니다. 아이도 그저 '예'할 뿐입니다. 하지만 손을 꼭 잡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두 모자의 뒷모습에서 만남의 반가움과 사랑이 느껴집니다. 큰 아이는 집 안에 있었습니다. '엄마!' 하면서 둘이 포옹을 합니다. 아내는 큰 아이 뺨에 얼굴을 비비면서 '어쿠, 이젠 엄마만 해졌네!' 합니다. 정말 보니 둘의 키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와서 딸이 부쩍 커졌다는 걸 엄마가 오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우리의 말레이시아 이주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내 직업은 공무원이었습니다. '그 좋은 직장'을 나와 말레이시아로 가는 것에 동의도, 이해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나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안정된 삶을 포기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럼에도 사표를 내고 비행기를 탔던 이유는, 다른 문화와 삶에 대한 동경이 컸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컸었고요.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도, 어리석기도 했습니다. 와서 살아보니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그렇고 그렇기는 합니다. 그래도 49:51 정도로 이주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많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잃은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은데, 그 사이에 아주 작은 차이로 이주하기를 잘한 부분이 있습니다.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성공의 기준이 '돈'이라면 말입니다. 나는 지금 더 가난해졌고, 더 늙었고 더 나약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돈을 벌 있겠습니다. 엄청난 부자는 아니래도 노후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는 벌 수 있겠습니다. 아직 종이 울리지 않았으니 부족한 돈만 채운다면, 나름 성공적인 삶이고 이주라 생각합니다. 

*이주를 고민한다면, 그것이 어느 나라이든,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매우 주관적인 것이라 말하기 조심스럽지요. 나의 경우 그렇다는 것입니다. 쉽지 않습니다만, 세상 쉬운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이주를 후회하기도 하지만, 하지 않았다면 후회가 없을까요? '그때 왜 가지 않았을까'를 후회하고 있겠지요. 

 

 

말레이시아-주택
평범한 주택가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