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었던 우리 집
아래와 같은 집이 있었지요.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터에 작은 집을 하나 지어 살고 있었습니다. 경기고 가평군 설악면 창의리, 진두둑이라는 옛 명칭으로 더 알려진 곳입니다. 큰 도로에서 300m 들어가야 하는 시골이었습니다.

내 삶에서 처음이자 마지막(현재까지는)으로 가져 본 집입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고향을 내려가 지은 조립식 주택입니다. 조립식 주택이 단열과 방음이 잘 안 된다고 하여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따뜻하고 아늑하게 살았습니다. 한 4년 살았군요. 돈이 모자라 융자를 받아 지었는데, 이번에 퇴직하면서 나머지를 다 갚고 나니 퇴직금이 얼마 안 남더군요.
행복하게 살았던 집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춥고 더워도 저 집 안에만 들어가면 모든 게 해결되었습니다. 힘든 몸을 뉘어 쉴 수 있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아내가 해주는 따뜻한 밥이 있었죠. 추우면 보일러를 좀 더 올리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으면 되었습니다. 더울 때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거실에서 선풍기만 틀어놓으면 되었죠. 특히 비를 좋아했던 나는 지붕과 나무, 마당에 비 떨어지는 소리와 홈통을 타고 흐르는 빗소리를 저 집 안에서 듣곤 했습니다. 내게 있어 행복이란, 그 빗소리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이층에 있는 작은 창은, 내가 서재로 썼던 곳입니다. 집을 지을 때 특별히 부탁해서 다락을 좀 크고 높게 뺐습니다. 8평 정도가 나왔는데, 책과 오디오와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오디오에 시디를 얻고 책을 보곤 했지만, 아주 더운 날이나 추운 날에는 견디기 어려웠죠. 추운 겨울에는 다락방보다는 그냥 부엌에서 녹차를 끓여 마시며 책을 읽고 했습니다.
지금도 갈 수 있습니다. 오면서 아주 정리한 건 아니고 형님이 쓰시기로 했습니다. 예전처럼 아늑한 맛은 없겠지만 그래도 갈 수 없는 것은 아니기에 위안이 됩니다.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

집 앞의 풍경입니다. 경치가 썩 좋지는 않습니다. 전봇대와 전깃줄이 어지럽습니다. 앞 산도 탁 트인 맛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내겐 정겨운 곳입니다. 늘 아침이면 저 산을 바라보면서 집을 나섰고, 휴일이면 거실에 앉아 저 산 너머로 지는 해를 보곤 했지요. 아내가 타고 다니던 마티즈가 눈길을 다녀 많이 더럽군요. 그마저도 예쁩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올 당시에는 형이 집을 사용하기로 하였는데, 팔아버려 지금은 흔적이 없습니다. 남은 건 이 사진 한 장뿐이군요. 아름답고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위에서처럼 눈 내리고 나면 아이들과 함께 뒷동산에 가곤 했습니다. 비료부대를 구해서요. 그리고는 신나게 눈썰매를 탔었지요. 해가 기울어 으슬으슬 추워질 때까지요.
*텃밭이 꽤 컸었습니다. 봄이면 땅 파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지요. 한 삽씩 떠 땅을 뒤집어야 하는데 많이 힘들었습니다. 땅을 뒤엎고 잘 고른 다음 비닐을 덮습니다. 그리고 작은 구멍을 내고 장마당에서 사 온 상추, 배추, 고추 따위를 심으면, 한여름 반찬 걱정은 없었지요. 땅콩을 심기도, 고구마, 감자 따위를 심어 캐 먹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마당에서 살구, 매실나무 등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저 좋은 것들을 다 두고 떠났군요. 아쉽습니다. 하지만 선택이란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