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설날 오픈하우스와 사자춤
설날 오전 '라이언댄스' 공연팀이 도착했습니다. 작은 트럭을 타고 10명 가까운 사람들이 내리더니 사자춤을 추기 위한 도구들을 내렸습니다. 주로 중국계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말하기를, 쿠안탄 지역에서 문화를 전수받는 젊은이들이라 했습니다. 그들은 젊다기보다는 어리다고 해야 할 정도로 앳된 얼굴의 말레이시아 청년들이었습니다. 내가 말레이시아에 와 처음으로 구경하는 사자춤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내가 방문했던 설날 오픈하우스가 있었던 집이고, 사자춤을 추기 위해 젊은이들이 차에서 도구를 꺼내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집은 2층 집인데, 말레이시아에는 이런 규모의 집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집주인은 사자춤 일행이 도착하기 전에 처마에 야채 묶음을 이렇게 매달아 놓습니다. 방문을 허락한다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공연은 여러 명이 한 팀이지만 사자춤은 두 사람이 합니다. 두 명의 공연자가 각각 탈을 뒤집어쓰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앞에는 젊고 작은 사람이, 뒤에는 몸집이 큰 사람이 들어갑니다. 춤을 추다가 앞 발을 번쩍 들어 포효하는 것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뒷사람의 힘이 좋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음악에 맞추어 한 7~8분가량 공연을 했습니다. 음악은 함께 온 공연 팀원들이 연주하는데, 큰북 하나, 징 하나, 심벌즈 같은 악기가 둘이었습니다. 리듬은 매우 단조로웠습니다. 우리의 자진모리 정도의 장단을 넣으면 그에 맞추어 사자가 춤을 추는 것입니다. 이 춤의 핵심은 사자의 작은 몸놀림을 잘 표현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발의 움직임이나 허리의 움직임이 미세하면서도 유연해야 아름다운 동작이 나왔습니다. 앞사람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춤을 추던 사자가 집 주위를 돕니다. 아마도 잡스러운 것들을 쫓아내는 의식일 것입니다. 사자춤은 처마에 매달았던 야채를 따서 집주인에게 주는 것으로 끝납니다. 복이나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일 것입니다.
쿠안탄의 바다 구경
오픈하우스를 나와 근처의 바다로 갔습니다. 쿠안탄은 말레이시아의 동쪽이 끝이기 때문에 바다가 가까웠습니다. 지금 시기는 바닷물이 흐릴 때라고 합니다. 우기라서 파도가 바닥을 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닷물이 누런빛을 띠고 있습니다. 3월부터 맑아지기 시작한 물은 우기가 시작되는 11월부터 다시 흙탕물이 된다고 합니다. 그 흙탕물이 다시 푸른 바다로 바뀌는데 3~4개 월이 걸리는 것입니다. 쿠안탄의 바다는 우기철에는 위험하다고 합니다.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거칠어 잘못 수영하다가 사고를 당하곤 한답니다.

해변 곳곳에 이와 같은 구조물이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같이 간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 영국의 식민지일 때 설치한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일본군에 대항하기 위험이었습니다. 2차 대전 말기 일본군은 말레이시아를 침범하였고, 동해 끝 코타바루에 상륙하여 남쪽으로 진격해 내려왔습니다. 쿠안탄은 당시 일본군에 대항하여 싸웠지만 끝내 함락당하고 4년 간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습니다. 아직도 바닷가에 흉물스럽게 남아 있습니다. 일부러 안 치우는 것인지, 무관심인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쓰레기가 있기는 하지만 바다는 깨끗했습니다. 우기라 물은 흙탕물이지만 하늘은 참 아름답습니다.
해변에 있는 코코넛 나무입니다. 이런 코코넛 나무밭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일부러 따려하지 않고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는데, 떨어진 코코넛에서 또 싹이 터서 나무 군을 이루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본 모퉁이 작은 집입니다. 우리나라도 시골 버스 정류장 옆에는 이런 집이 있지요. 과자나 라면, 음료수 등을 파는 가게를 겸한 가정집입니다. 말레이시아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군요.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의 사자춤은 지금도 있습니다. 이것은 설날 당일부터 대보름이 있는 15일까지 진행됩니다. 이때까지 설 기간이고, 대보름이 지나면 설이 완전히 끝납니다. 사자춤은 15일까지 계속됩니다. 집주인은 소정의 비용을 건네줍니다.
위의 것은 아주 기초적인 사자춤입니다. 더 규모 있는 곳은 높은 쇠기둥을 세워놓고 뛰어다닙니다. 앞과 뒤 사람의 호흡이 맞지 않는다면 떨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갔던 바닷가 이름은 '첼룬쩜바닥'이었습니다. '쩜바닥'이란 과일의 이름입니다. 잭플루트와 비슷하게 생긴 과일로 아마도 이 '첼룬-바닷가라는 뜻'이니, 이 해안에 '쩜바닥'이라는 나무가 많았었나 봅니다.
이 해안은 낯에도 사람이 많지만 밤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저녁을 먹고 바람 쏘이러 오는 것이지요. 그래서 연, 폭죽, 장난감,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많습니다. 맥도널드, KFC,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점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