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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이별과 후회 2007.11.16)

진두-볼레리 2022. 12. 14. 23:48

현실로 다가온 이별

 

처음에는 밝은 희망의 빛만 보였습니다. 누구는 어려운 결정을 하였다고 격려하였고, 또 누구는 잘 살라고 축하해 주었습니다. 나는 내 결정이 옳음을 주위 분들을 통해 확인하면서 한국을 떠남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착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가까운 형제, 친인척들을 만나면서 내 가슴은 매우 아프기만 합니다. 떠나는 사람은 그냥 떠나가고 나면 그만이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 빈자리를 채울 길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머리로 예상한 것과 실제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그 아픔의 차이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을 지냈습니다. 할 일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은데,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아 하루 종일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유선방송의 영화 채널을 돌리다가 하루를 보냈습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별의 강도는 더해 갈수록 아픔이 가슴을 찌릅니다. 이제서야 나는 떠난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계획과 준비로 분주하여 이별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어리석게도 뒤늦은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제화 시대라고, 비행기만 타면 몇 시간이면 오고 간다고 위로하였지만 사실 그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한 국경 안에 살아도 얼굴 보기 힘든 우리인데, 하물며 바다 건너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게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외국에 가 어렵게 돈 벌며 살아야 하는데, 비행기 삯 또한 만만치 않아 쉽게 오고 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오늘도 저녁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그 동안 참 잘해주신 선생님 내외분과 가까운 이웃들과의 저녁입니다. 그동안 너무 슬퍼 얼굴조차 마주하기 꺼렸으니 오늘 어떻게 저녁자리를 해야 할지 벌써 걱정이 앞섭니다. 눈물은 흐를까 봐 지금 미리 흐르는군요.

 

헤어짐을 앞에 두니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었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참 어리석기도 합니다. 가까이 있을 때는 잘 못하고 헤어져야만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 동안 참 냉정하게 살았는데, 그래서 떠날 때도 쿨하게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감정에 난 지금 쩔쩔 매고 있습니다. 하늘은 왜 이리 투명하고 낙엽은 왜 또 그리 많이 떨어지는지, 지나가는 사람 하나하나가 왜 이리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뒤늦은 후회와 아쉬움

저를 아는 분들께 사죄드립니다. 평소에 만나면서도 작은 이익을 계산했고, 내 이익을 추구했고, 내 편의와 내 감정을 앞세웠습니다. 그러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난 어느 사이에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착한 척했지만 난 착하지 않았고 주는 척했지만 난 더 많이 받고 살았습니다. 이제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멀리서 가끔 메일이나 한 번씩 보내면서 살게 되겠지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소중히 생각하면서. 나로 인해 상처받았을 많은 사람들... 어쩌면 나도 모르면서 상처를 주었을 수도 있고, 이제는 잊었을 수도 있지만, 모두 모두 죄송합니다.

 

바다-위의-작은-섬-그리고-외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