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도넛 교육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된다는 쇼핑몰이 요즘 교육받으러 가고 있는 '미드벨리'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장사가 잘 되는지 입점하는 업체를 골라서 받는다고 하는군요. 들어와서도 장사가 잘 안 되면 '방 빼'라고 한답니다. 계약기간이 끝난 다음이겠지만요. 입점 업체의 인테리어까지도 관여를 한답니다. 미드벨리 빅** 매장의 뒷벽이 유리로 마감되었는데 미드벨리에서 요구한 사항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장사가 잘되고 있습니다. 다른 빅애플 매장의 2배 이상을 팔고 있으니 확실히 노른자위인 것은 사실입니다. 비싼 임대료를 주더라도 그곳에 들어가려고 노력할만하지요.
미드벨리 빅** 매장에는 21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모두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들입니다. 그중 한 명만 말레이시아인이고 다른 20명은 외국인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인도네시아인이 절반, 베트남인이 나머지 절반 정도입니다. 두 파트 간 갈등이 있을 만도 한데 그들은 매우 사이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친구처럼 일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매장 오픈 한 지 이제 두 달 남짓인데 금방 친해져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인과 말레이시아인은 같은 언어를 씁니다. 때문에 파워랄까 주도권이랄까, 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언어가 통한다는 건 큰 장점일 것입니다. 때문에 인도네시아인들이 카운터 쪽에 서서 주문받고 커피 팔고, 계산대를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일이 끝나고 판매대금을 다 계산해서 회사에 보고하고 현금을 보관하는 일도 인도네시아인들이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인들은 주로 생산라인에서 일을 하는데, 밀가루를 반죽하고, 도넛을 떠내고 기름에 튀겨 초콜릿 따위를 입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현금을 만지는 일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게으르고 일을 많이 안 하려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미드벨리 매장에 있는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부지런하고 쉬지 않고 일합니다. 매장은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밤 11시에 문을 닫는데, 10시에 도넛을 팔기 시작하려면 아침 6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모든 직원이 다 나오는 건 아니고 두 세명만 일찍 나와 준비를 하고 다른 직원들은 9시경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오전에 나온 직원은 오후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오전에 시작하여 밤 11시까지 일을 합니다. 매우 긴 작업 시간인데, 가끔 돌아가며 쉬기도 하지만 열심히, 성심껏 일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외국인 노동자 환경
그들의 평균 봉급은 1000링깃입니다. 우리 돈으로 30만 원가량 되는 것입니다. 봉급 외에 주어지는 것은 숙소입니다. 자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돈으로 먹고, 입어야 하는 것입니다. 말레이시아인 중에 고등학교를 나오고 단순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1천 링깃을 조금 넘기니 적은 돈은 아니라 할 것입니다.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기준으로 본다면 많을 액수일 것입니다. 작은 직책을 가지고 있는 직원은 그보다 조금 더 많은 1,200링깃 정도를 받고 있습니다.
어제는 숙소에 가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열악하다'였습니다. 4층에 있는 숙소는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생각하는 건 '사치'였습니다. 방 두 개에 거실 하나, 화장실 하나인 숙소는 다 낡은 창고 같은 곳이었습니다. 가구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가스레인지, 찬장 하나 없었습니다.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밥통 하나에 밥을 해 밥그릇에 퍼 옮겨놓고는 그 밥통에다가 수프를 끓이는 중이었습니다. 티브이, 세탁기, 전화 등 전자제품이라고 밥통하나가 전부였습니다. 바닥은 타일이 깔려있었는데, 신발을 벗었기에 실내라고 느껴질 뿐 일반 바닥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 바닥에 침대 없이 얇은 매트리스 위에서 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넓은 공간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한 방에 5명씩 살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이 하나여서 아침저녁으로 전쟁이 치러질 것은 보지 않아도 뻔했습니다. 문짝도 성하지 않고, 타일은 중간중간 떨어져 나갔고, 벽도 제대로 되지 않은 숙소였습니다. 그런 숙소라면 한 달에 200링깃을 넘기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그런 숙소를 두 개 얻어 하나는 베트남, 하나는 말레이시아인 노동자들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런 열악한 곳에 사는 그들이지만 얼굴에는 전혀 불만의 그늘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넛 몇 개로 끼니를 대신하며 돈을 모으는 그들이지만 항상 웃으면서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환경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이 옳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에 필리핀을 다녀왔었습니다. 올해인 2022년입니다. 위에 설명한 것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가정집들이 많았습니다. 그보다 더 열악한 곳도 많았지요. 때문에 내가 보기에 열악하더라도 그 안에서 생활하던 직원들의 표정이 밝았던 것입니다. 말레이시아에 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다행이었고 좋았던 것이지요.
*말레이시아의 경제는, GDP 1만에 머물러 있습니다. 내가 살기 시작한 2007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회는 발전하고 있습니다. 약간이지만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워졌고,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처음으로 정권이 바뀌었고, 정치와 행정은 더 투명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기준에 따라서는 아직도 부패한 나라라 할 수 도 있겠지만 점점 발전하고 깨끗해지고 좋아지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인구는 3천 만이 약간 넘습니다. 인구 증가율은 높습니다. 말레이시아 인구가 5천 만을 넘으면, 굉장한 속도로 발전할 것입니다. 베트남처럼 1억에 가까우면 무시 못할 강대국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세계 4위의 인도네시아, 8천 만의 태국, 1억이 넘을 베트남, 또 다른 인국 대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까지 동-남아시아는 가까운 미래에 가장 성장할 대륙입니다. 성장하는 곳에 기회가 있지요. 우리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사이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강도는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