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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주기(첫눈 오는 날 떠나다 2007.11.21)

진두-볼레리 2022. 12. 14. 23:57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다

 

2007년 11월 20일 비행기를 탔습니다. 몇 번을 연기하여 20일에서야 비행기를 탄 것입니다. 떠나기 전 날, 첫눈에 내렸습니다.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깊은 밤까지 펑펑 쏟아졌습니다. 거실 유리창을 통해 가로등 아래로 떨어지는 눈송이를 바라보았습니다. 눈은 정말 탐스럽게 내렸습니다. 첫눈인데도 많은 눈이 내렸고 나는 걱정스럽게 바라보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9시 비행기인데, 공항버스 첫차가 5시, 공항까지 가는데 2~3시간이 걸리면 겨우 비행기 시간에 맞출 수 있는데, 행여 눈으로 인해 버스가 지연되면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 눈은 밤 11시를 넘기면서 뜸해졌지만 이미 쌓은 눈은 상당했습니다.

 

내일의 걱정은 걱정이고 눈이 너무 좋아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포근한 기온 때문에 눈이 사박사박 밟혔습니다. 가로등 아래로 나무마다 눈꽃이 피었습니다. 나는 그 눈길을 한참을 밟았습니다. 하늘은 아직 아쉬운지 잔설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짖던 개도 오늘은 짖지 않고 마을을 밝히는 가로등들이 줄지어 불 밝히고 있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차에 덮인 눈을 털어내고 전날 싸 둔 가방을 차에 실었습니다. 캄캄한 밤을 달려 청평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니 시간은 아직 여유가 있었습니다. 5시가 첫차인데, 4시 40분에 도착한 것입니다. 뒷자리의 아이들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어 있었고, 옆자리의 아내는 말없이 차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0분 가까이 차를 기다렸습니다. 나는 그 순간에도 내가 어디론가 멀리 떠난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외국여행 며칠 떠나는 것 같았고 잠이 모자라는 불쾌감만이 눈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5시에서 10분을 넘겨서야 공항 가는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가방을 밀어 넣고 아이들과 함께 차에 올라 아내에게 손을 흔드니 잠시 바라보던 아내가 외면합니다. 곧 만날 것임을 알면서도 아내는 이제 헤어짐을 실감하는 모양입니다. 차는 울고 있는 아내를 두고, 우리는 한국으로부터 멀어지는 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어린이집 교사였던 아내는 맡고 있던 학급 졸업 후에 출발하기로 하여 다음 해 1월에 합류하였습니다. 우리가 먼저 떠나고 빈 집에서 2달 가까이 홀로 지냈을 아내를 생각하지 지금 몹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눈-내린-하얀-세상
눈이 덮힌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