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영어 공부를 시작하다
아내는 한국에 있을 때,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했었습니다. 8년가량 일했으니 적은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신나서 일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다닌 것도 아니었습니다. 옆에서 보기에 나름 보람과 재미를 가지고 일해왔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영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티아라 두타 콘도미니엄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칼란'이라는 영어 학원입니다. '칼란'은 학원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교육방법 중 하나라고 합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선생-학생 간 끊임없이 주고받으면서 말문을 트이게 하는 교육방법이라고 합니다. 나도 한 번 수업을 들어보았는데, 아주 쉬운, 하지만 우리가 한국에서는 입으로 말해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영어 문장을 주고받으면서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재밌는 건, 같은 내용을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수업한다는 것입니다. 전 시간에 배운 내용을 또 다른 선생님이 들어와 또 가르칩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다양한 발음에 대한 이해와 듣기 능력을 키우는 것이지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을 배웁니다. 한 시간마다 다른 선생님이 들어와 같은 내용을 가르칩니다.
사실 제 아내는 영어실력이 뛰어나지 않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영어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았으니 배울 필요도, 기회도 없었지요. 하지만 이제 이곳, 말레이시아에 왔으니 영어는 필수가 되었습니다. 말레이시아어를 못하니 영어라도 해야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심장이 약한 아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통을 느끼는데, 요 며칠 심하게 아파했습니다. 영어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 데다가 내가 강도를 당해 심적 충격이 있었던 것이지요. 무언가 한 가지를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인데, 언어라는 게 밤을 새워 공부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칼란학원에서 시험을 자주 보는데, 시험공부를 한다고 밤을 새우다시피 하지만 성적이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지요. 당연히 스트레스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곳에는 달려가 수다를 떨 친구도 없습니다. 한국에서처럼 차를 타고 나가 '이마트'나 '플러스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를 맘 편히 한바퀴 돌면서 쇼핑하기도 어렵습니다. 우선 차가 없으니 멀리 갈 수 없고, 물건을 많이 살 없지요. 게다가 날치기, 강도가 많아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니 이래저래 출구가 없는 것입니다. 가슴에는 돌덩어리가 쌓여 가는데 그걸 쏟아부을 공간이 없으니 가슴이 아픈 것이지요.
나는 아내가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영국인, 미국인들이 평생을 살아서 배운 것을 하루 몇시간 공부로 당장 효과가 나타나기 바라는 건 무리이지요. 공부한 시간에 비하면 많이 늘었는데 부족함만을 생각하니 힘든 거지요.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길게 보면서 공부하면 좋겠는데 타고난 천성이 있어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사실 아내가 이곳에 오면 많이 힘들어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떨어져 있었던 아이들을 만난 기쁨에 외국에서의 낯섦과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기쁨이라는 건 시간이 가면 옅어지는 것이고, 그 뒤를 걱정했는데, 지금이 그런 시간들입니다. 하루빨리 마음의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아내가 공부하던 영어 학원은 '칼란'이었습니다. 한국분이 운영했었는데 몇 해 전 아랍 사람에게 넘어갔습니다. 암팡이 이제는 아랍 사람들로 채워졌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지금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합니다.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유창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사는데 문제없습니다. 영어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해외 이주를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현지에서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