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김치 담그기
설 연휴 기간 중 쿠안탄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설 연휴 다음날 사업 파트너인 중국인 가정에 아내가 초청되었습니다. 음식 솜씨가 좋은 아내의 김치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사업파트너의 어머니는 김치를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지금 칠순이 된 노모는 한국인 며느리가 오면 늘 김치를 담그라 하여 두고두고 드신다고 합니다. 설을 맞아 놀러 온 아내의 솜씨가 좋으니 며느리와 함께 담근 것입니다.
먼저 마트에 가 배추와 고추와 마늘, 생강 등 김치에 쓰이는 재료를 샀습니다. 웬만한 양념들은 이곳에서도 구할 수 있는데 문제는 액젓이었습니다. 더운 지방이라서 액젓을 많이 넣으면 텁텁한 맛이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약간은 넣어주어야 김치의 맛이 난다는 게 아내의 생각인데, KL에는 한인슈퍼에서 파는 액젓을 살 수 있는데 그곳은 한인 슈퍼가 없는 쿠안탄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중국인들이 쓰는 액젓이 집에 있어 김치를 담그는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먼저 배추를 씻어 소금에 절이고 고추와 생각, 마늘, 파 등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을 갈아 그릇에 담았습니다. 붉은 고춧가루가 없어 마른 고추를 믹서에 갈아 썼습니다. 절인 배추를 건져내여 물을 빼고 양념을 넣고 버무려 김치 한 통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배추를 따라 겉절이를 만들었습니다.
그날 저녁 김치를 반찬으로 하여 저녁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겉절이 김치가 동이 날 정도로 인기 만점이었다고 합니다. 자주 먹었던 시어머니뿐 아니라 놀러 온 형제, 며느리들, 그리고 그들의 장성한 자녀들까지 무척이나 좋아하였다고 하니 아내의 김치 담그는 솜씨가 좋은 모양입니다.
아내의 음식 자랑을 하기 위해 이야기 하는 게 아닙니다. '김치'라는 음식에 대해 말하고자 함입니다. 이미 김치는 국제적인 음식이 되었습니다. 약삭빠른 일본인들이 만든 김치가 이곳 암팡포인트의 슈퍼에도 진열되어 있습니다. 한 통을 사 먹어보았는데, 맵기만 무지 맵고 김치 고유의 깊은 맛은 없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직접 만든 김치는 그 싱싱함과 감칠맛은 비할 바가 못될 것입니다. 쿠안탄의 중국인 가족들은 그 김치 맛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김치는 이곳 중국인들의 입맛에 적격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니 확신합니다. 우선 이곳의 중국음식 중 매우 매운 것들이 많습니다. 고추는 우리가 먹는 고추보다 훨씬 매운 것을 먹습니다. 때문에 김치의 매운맛은 중국인들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국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서는 기꺼이 맛이 별로인 음식도 즐겨 먹습니다. 그에 비하면 김치는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맛도 좋으니 중국인들이 싫어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국인들이 먹는 음식은 느끼한 편입니다. 기름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입맛을 개운하게 해 줄, 우리와 같은 김치와 같은 음식이 없기 때문에 무지하게 매운 고추를 작게 썰어 간장에 넣어 먹습니다. 작은 것 하나만 먹어도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고추입니다. 이에 비하면 김치는 매우 뛰어난 음식입니다. 입안 가득 씹히는 맛도 있고 다른 음식과 먹을 때 개운한 맛도 주기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에 처음 와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보았습니다. 잘 되는 식당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식당도 있습니다. 운영이 어려운 식당은 무엇보다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 음식은 비싼 편입니다. 고급 식당이 아니라도 한 끼에 10~20링깃씩은 주어야 합니다. 말레이나 중국인들이 대중적으로 먹는 한 끼 식사가 5~8링깃 정도 하는 것에 비하면 비싼 편입니다.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다음은 맛입니다. 말에이시아는 아시아 음식의 전시장이라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음식들이 있습니다. 말레이 및 인도네시아 전통음식, 중국음식, 인도음식, 태국음식 등 다민족 국가답게 음식도 다양합니다. 그 음식들이 대부분 맛이 뛰어납니다. 값도 싸고 맛도 좋으니 그런 음식들과 경쟁하여 살아남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만 합니다. 한국식당이 한인들만을 상대하여 운영이 가능하다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인들이 항상 한국음식만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식당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인들의 발길을 잡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입니다.
한인 식당을 운영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아주 고급스러운 식당입니다. 한국식 인테리어와 한국 전통 음식을 좀 비싼 값에 파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한국적인 분위기를 함께 파는 것이기 때문에 손님을 접대할 현지인들이나 가족들의 외식은 좀 비싼 음식 값이라 해도 기꺼이 지불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저가 전략입니다.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 값과 비슷한 가격으로 음식을 파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국인들과 현지인들 모두의 발길을 잡으면 장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가 전략의 문제는 한국음식들이 구조적으로 저가가 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순두부 하나를 시켜도 김치, 계란말이, 젖깔, 어묵조림 등 기본 반찬이 서너 가지는 나와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현지 음식은 접시 하나에 혼자 먹을 양만 담기기 때문에 값이 낮습니다. 반찬이 많이 나오는 구조를 바꾸면서 한국적인 음식을 파는 게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됩니다.
김치는 하나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 메뉴는 볶음밤이나 비빔밥 같은, 다른 반찬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밑반찬으로는 김치만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음식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밑반찬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초기 장사가 잘 안 된다 해도 남아 버리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즉 적은 자본으로 준비 기간(손님들에게 음식을 알리는 기간)을 길게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주메뉴와 김치만 맛있다면 식당으로서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식당을 운영하다면 굳이 한인들이 많은 지역에서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외식 문화가 매우 발달해 있어 집에서 뜨겁게 해 먹기보다는 밖에서 간단히 사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일회용 도시락에 싸가지고 가는 사람이 다수이기 때문에 큰 면적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여 김치와 볶음밥(또는 비빔밥)이라는 것을 알리고 점차 손님이 늘어가면 재료와 양을 늘려가면 초기 손실을 줄이면서 운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치는 분명 경쟁력 있는 음식입니다. 다른 음식과 함게 묻혀 있으면 빛이 나지 않지만 김치를 전면에 내세우면 빛이 납니다. 음식의 이름은 꼭 '김치볶음밤' 또는 '김치비빔밥' 등으로 하여 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좋은 전략일 것입니다. 하지만 김치를 만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많은 양을 주어서는 수지 타산이 안 납니다. 기본으로 조금만 주고 더 주문하면 일정한 양으로 돈을 더 받아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야박하다고 다시는 안 가지만 이곳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이 외에도 김치를 소재로 한 사업 아이템은 많을 것입니다. 지금 말레이시아로 이주하여 뭔가를 할 계획인 분들은 현지를 방문하고 깊이 들여다본 다음 시작해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2022년 12월 현재 말레이시아는
*역시나 과거 주제넘은 소리를 많이 했군요. 이주 초창기에 어떻게 해서든 정보를 전달하려는 의지가 컸던 것 같습니다. 이 뒤로 나는 한국 식당을 열었지만 오래 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아주 아픈, 그리고 소중한 경험이지요.
*말레이시아에서 식당을 열어 성공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식당 운영을 하여 성공한 분이라면 여기서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집에서 요리 솜씨 있다는 소리 듣는 정도라면 절대 식당 열면 안 됩니다. 식당과 가정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김치를 담그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배추가 무른 편이라 김치가 빨리 흐물거리는 단점이 있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한 김치를 담글 수 있습니다. 고춧가루와 젓갈만 한인 마트에서 구입하면 나머지 재료 모두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싱싱한 말레이시아 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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